우리가 세상에 남기고 가는 것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우리에게 영어를 가르치시던 존슨 선생님이 아주 재미있는(좀 섬뜩하기도 한) 숙제를 내 주셨습니다. 각자 자기가 죽었다 치고, 신문에 실릴 부고 기사를 써보라는 것이었죠.
존슨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 수 있을 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과연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태곳적부터 우리 인류를 자극해 왔습니다. 피라미드를 짓거나 빌딩에 자기 이름을 붙인다거나 하는 것이 다 이런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을 쓴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우리가 죽기 전에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본다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까요.
두 번째로는 진정한 구원이라는 주제를 가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때마다 지역 극단에서 무대에 올리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관람합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가족 전통 행사 중의 하나이지요. 내가 그 연극을 몇 번이나 보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마 열두 번은 족히 되지 싶네요) 아직도 성질 나쁘고 인색한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지난날을 뉘우치고 마음 가득 사랑이 넘쳐 ‘어린 학생처럼 마냥 들뜨게’ 되는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면 짜릿한 전율이 느껴집니다. 극장을 나설 때마다 내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마음속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불끈 솟아오르지요. 독자 여러분, 이번 크리스마스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의 크리스마스와 여러분의 가정과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이야기 한 편 말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