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번역과 제국의 역자입니다. 김다은선생님의 서평을 접하고서 postcolonialism의 번역 문제에 대해 몇 자 올립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포스트콜로리얼리즘을 탈식민주의로 번역합니다. 그리고 텍스트상에서 의미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탈식민주의라는 번역어가 훨씬 좋은 번역어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colonial 단계, postcolonial 단계, decolonial 단계를 구분합니다. 우리말 탈식민화에 해당하는 영어는 post-가 아니라 decolonialization입니다. 이것은 식민화를 극복하자는 의지가 구체적으로 담겨있는 단어죠.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은 식민지로 부터 독립은 쟁취했지만, 아직도 식민 잔재나 혹은 새로운 형태의 신식민주의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단어 속에는 그러한 잔재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기는 합니다만, 이 경우를 저자가 decolonialization이라는 용어로 구분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 번역에서도 아무래도 두가지를 명확히 해주어야 했습니다. 후기식민주의라는 표현은 역자 후기에서도 밝혔듯이, 식민주의의 후반부로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적절한 용어가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후기구조주의냐, 탈구조주의냐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것이 포스트콜로리얼리즘과 같이 의미상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포스트구조주의라는 어색한 조어보다는 자신이 구조주의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용어를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다 더 나은 번역어가 있으시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2년 4월 10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