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대학살은 양과 질, 그리고 철저함 모두에서 이 땅에서 일어난 학살의 경험들을 압도한다. "누가, 어떻게, 왜"라는 문제의식과 유대인 학살 연구는 일제 침략과 6.25 전쟁, 독재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비극적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데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가해자와 '협력자'에 대한 사법적 소추와 정치적 청산, 가해자에 대한 배상 청구와 피해자의 명예 회복으로 이어지는 유대인들의 과거 극복 과정은 아직도 처리되지 않은 우리의 학살 경험들을 대면하고 가공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유대인 대학살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