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제 어린 시절의 일들과 제가 자라 온 마을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작가라면 누구나 할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제껏 너무나 많은 시골 이야기들이 어린이문학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에는 정말 멋지고 문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이야기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이 작품을 쓰기 전 고민을 했던 지점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작업이 비슷한 시골이야기를 하나 더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내 어린 시절이야기 하나 정도는 책으로 남겨 둬야지, 하는 쪽에 의미를 둬 볼까 생각도 했지만 사실 그것도 제가 하는 작업 방식과 맞지 않아 금방 떨쳐 버렸습니다.
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시골 이야기가 아니라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읽히기 위해 쓰인 글은 독자에게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 재미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가에게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독자가 흥미를 잃게 된다는 걸 잘 알기에, 시작이 쉽지 않았고 작업하는 과정도 다른 책들에 비해 어려웠습니다.
어찌 되었든 결국 시작을 했고 끝을 보았습니다.
읽는 분들이 이야기의 맛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이 나올 때까지 많이 애써 주신 창비 편집부 여러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아직도 득산리에서 득산동으로 바뀐 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