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를 떠올리며
예쁜 편지지를 신중히 고르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보다 편지를 자주 썼던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도 있었지요.
숙제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그날 받은 친구의 편지를 꺼내 다시 읽으면
절로 미소가 번졌어요.
아주 많이 좋아하는 친구의 편지였으니까요.
한 자 한 자 다듬어 답장을 쓰고 겉봉투에는 친구의 이니셜을 적어 넣었죠.
그러고는 내일 학교에서 만나면 건네줄까도 생각도 하고
우표를 붙여 친구의 집으로 보낼까도 궁리했어요.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동네에 살아도
편지함에 들어있는 편지를 받는 건
좀 더 특별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좋아하는 친구의 편지가 편지함에 꽂혀 있을 때의 설렘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그렇게 편지들을 주고받으며 여러 친구들과 우정을 나눴어요.
흐르는 강물처럼 영원한 우정을 약속해 준 친구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해준 친구
좋아한다고 말해 준 친구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한 친구
이 모든 걸 다 말해 준 친구까지.
책상 서랍엔 그동안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가 가득해요.
그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의 우정에 대한 답장이 되길 바라며
<어디 가니, 꼬마 요정>을 썼어요.
그럼, 모두의 우정을 응원하며
꼬마 요정과 꼬마 무지개가 만난 날에
친구의 친구로부터 - 작가의 말
사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조금 모자랄 때가 있지요. 그때 옆에서 친구가 돈을 빌려주면 무척 고마울 것 같아요. 물론 고마운 만큼 잊지 않고 빨리 갚아야겠죠. 마룡 초등학교 3학년 3반 어린이들의 교실에 초대받아 깔끔한 채무 관계에 대한 규칙도 배우고 친구들의 일과를 만화로 그릴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아, 어쩐지 슬러시가 먹고 싶어지는데요. 우리 동네 문방구로 슬슬 나가 볼까 봐요.
어려서 설악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흔들바위를 보았습니다.
친구들이 줄을 서서 흔들바위를 밀어 보았습니다.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지구의 배꼽이라는 ‘울룰루’라는 바위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울룰루에 올라갔습니다.
나는 그 붉고 거대한 바위 아래서 아침 해를 맞으며
조용히 그 바위를 바라보았습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여름날, 어린이들과 냇가로 놀러 가서 조약돌을 주웠습니다.
물에 젖어 반짝이는 작은 조약돌들은 눈물에 젖은 어린아이 얼굴 같았습니다.
네모나고 동그랗고 세모난 작은 조약돌을 모았다가
다시 냇가에 돌려주었습니다.
지구는 수많은 바위들의 엄마입니다.
아무리 커다란 바위라도 지구 엄마에게는 꼬마일 뿐이죠.
꼬마들은 잘 울곤 해요.
나는 어른인데도 여전히 울보고요.
하지만 울보라도 우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웃는 걸 좋아하죠.
그리고 나는 코끼리를 좋아해요.
커다랗고 상냥한 코끼리 말이에요.
그래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우는 덩치만 커다란 꼬마에게
코끼리 친구를 보냈습니다.
지금도 어떤 울보가 어디선가 울고 있겠죠?
그때 우리가 씩씩하고 상냥한 꼬마 코끼리가 되어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때때로 울보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주 용감해지니까요.
그럼, 우리 주위의 사랑스러운 울보 친구들과
그들의 상냥하고 씩씩한 친구들이 즐겁게 읽어 주길 바라요. - 작가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