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와 함께했던 고양이 가족의 실제 이야기가 바탕입니다. …이후에도 몇 차례 고양이 가족에게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다 보니 생긴 일이었습니다. 고양이들은 가장 고양이답게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 그들의 삶은 여전히 도전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힘들지만, 단 한 번뿐인 일들이니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가을, 나직하게 옷 속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여전하구나
이곳에 온전히 돌아왔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
절름발이가 되었고
허리도 굽었지만
혀도 잘리지 않았고
발가락도 그대로이니
충분해
이십 번 절망해도 한 번 사랑할 수 있으니
프리패스,
이 제국의 프리패스를 쥐고 있었으나
돌아오지 못했지
바람 속 0.5그램 먼지 같은 이야기만 만든 채
때때로 구설을 자초했고 헛된 말들의 씁쓸함에 부끄러웠지만
아직도 정착이란 단어를 몰라서
사막의 아침에는 신발 속 전갈부터 털어내라는 말밖에 못하지만
왜 그 바다에 와서 고래가 죽는지 아직도 모른다고 털어놓지만
그래,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늦겨울 들불에 충실했을 뿐
두터워진 손껍질과 느린 발걸음으로 여기 돌아왔지만
많은 걸 태운 뒤
응시를 알게 됐지
언덕 끝까지 이어지는 길
돌 하나
모든 곳에 함께 있었던 하늘
그래서 지금, 여기 모두들
있어줘서
고마워
2012년 11월
트렁크에 담아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