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가을의 정취이자 낭만이다.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말려 한껏 가벼워진 나뭇잎들이 흙과 하나 될 채비로 같은 색깔을 띠고 땅에 눕는다. 저만 편안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넉넉한 부드러움을 준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 여름을 알차게 살아낸 낙엽의 완성된 삶은 다시 땅과 합쳐서 나무를 살찌울 것이다. 무슨 여한이 있으랴.
하지만 비바람에, 갑작스러운 한파에 단풍으로 미처 물들지 못한 채 땅과 마주한 푸른 이파리들도 있다. 푸른 낙엽이다. 충만하고 완성된 결말이 아니라 때 이르게 땅에 팽개쳐진 푸른 낙엽은 안쓰럽고 처량하다.
푸른 낙엽을 닮은 이들이 있다. 탈북민이다. 그들은 북한이라는 나무에서 거센 폭풍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던져졌다. 뒹굴고 찢기고 피 터지는 고난의 여정을 거쳐야만 한국이라는 안식처에 안길 수 있다. 그 고단했던 탈북의 여정이 어떤 이는 조금 가볍거나 단축되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길이다. (중략)
탈북민을 다문화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언어도 문화도 뿌리도 같은 한민족이다. 다만 남과 북, 상반되는 두 제도를 삶으로 경험한 사람들일 뿐이다. 더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탈북 디아스포라가 아니라 남한 사회에 녹아들어 같은 구성원으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북한 사람들의 큰 관심사라고 한다. 한류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목숨 걸고 한국 영화를 보고 문화를 따르려 한다. 동경은 곧 희망이다. 탈북민의 삶이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대한 탈북민의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각성은 남다르다. 나 자신이 그러하니까. 한반도의 절반 땅에나마 자유롭고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한민족의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이로움이 짝사랑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탈북민의 애환을, 이해와 화합의 바람을 그리고 희망을 나의 소설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