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엔가 죽음이 이별이 우르르 밀려왔다. 빈집에 들어갈 때면 탁탁 탁탁 발톱 소리를 내며 달려 나오던 몽실이가 없었고, 대소변을 꼭 베란다에서 가리던 새벽녘의 발소리도 없었고, 늦은 저녁이면 나를 마중 나오던 엄마도 몽실이 없이 혼자였다. 몽실이가 잠을 자던 안방 한 귀퉁이에도 몽실이가 없었다. 그리고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픔으로 한 사람과의 인연을 잘라냈다.
부재에 조금씩 익숙해질 때 호기심으로 주워들던 죽은 벌레가 죽음으로 느껴졌다. 모든 죽음이 부재로 느껴지진 않지만 로드킬이나 윈도 브레이크와 같은 부당한 죽음에는 울컥함과 분노의 감정이 들곤 한다. 온전히 나의 감정을 기준으로 할 때, 죽음은 부재로 인한 고통을 느끼냐 아니냐 였지만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죽음은 원인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다. 자연사, 동사, 비명횡사, 고독사.. 살아있을 때 애정을 주지 못했지만 다양한 죽음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생명들을 기록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