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저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행복한 경험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감사하게도 저는 꽤 많은 순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 한데 모여 살았던 경험입니다.
미국에 유학 와서 한 학기 동안 기숙사에 머물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 중국, 대만으로부터 시작해서 멀게는 뉴질랜드,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까지 그야말로 세계 각양각색의 학생들로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다른 문화의 학생들과 모여 살다 보면 언제나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납니다. 특히 음식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많았답니다 기숙사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드는 시간은 매일 음식이 배달되는 저녁 6시였습니다. 기숙사에서 아침과 저녁을 제공했는데 식당에서 조리하는 방식이 아닌, 업체에서 기내식 같은 음식을 하루에 한 번 배달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항상 비슷한 메뉴라서 미국인 학생들조차 불평이 많았죠. 한 달쯤 지나자 학생 대부분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고, 포장도 뜯지 않은 음식이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보다 못한 저와 몇몇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 음식을 버리지 말고 냉동고에 넣어두었다가 주말에 시간이 날 때, 입맛에 맞게 새로운 요리를 해보자!
포크커틀릿에 얹힌 크림소스를 긁어내고 새로 튀긴 다음 돈가스 소스를 뿌려 일본식 돈가스로 만들고, 튀김옷이 눅눅해진 닭튀김은 고추장과 물엿을 넣어 한국식 닭강정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로스트비프는 잘게 썰어 쌀국수와 함께 태국식 달콤한 간장에 볶아 팟씨유를 만들고, 감자볶음에 계란프라이, 베이컨을 넣고 토르티야로 말아서 부리토를 완성했네요.
처음에는 서너 명 모여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꽤 많은 학생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기숙사 퇴소 후, 아파트나 싱글 하우스로 거처를 옮긴 후에도 주말이면 외국 룸메이트끼리 자기 나라 음식을 요리해 함께 먹었죠. 지금도 가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지난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북촌 유엔 하우스》를 통해 저의 값진 경험을 조금이나마 여러분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답니다.
저는 또 다른 행복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 언제나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기원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