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여행길에서 낯선 아이들을 만난 것도
그들과 광활한 시공간 위의 한 점에서 잠시 노닐었던 것도
그때 누가 다가와 다음과 같이 쓰고 떠나갔던 것도
방금 뭇시선을 피해서
수식을 지우고 다른 글자들로 채워 넣으려 했던 것도
그러나 결국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주는 에테르가 아니고
시공에 따라 변하는 황금 언어로 가득하다
흙 속에 묻혀 체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는 사금 알갱이들
미완성의 기호 암호 문자 수식 상징 조각들이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는데
나를 처음 여기로 데려온 이들은
문학도 수학도 과학도 아니고
아픔과 그의 사촌 형제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꿈같이 흘러
‘쥐라기 평원’에 꽃이 피고 벌새가 날아들면서
피코, 펨토, 아토 평원들이 뜨거워지자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 열차로 갈아타자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