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꼬리를 붙잡고
미포 끝집 창틀에 기대
동백의 기억 너머를 응시했다,
광장의 아우성과
암자의 기도소리가
다르게 들리지 않았기에
떨어지며 피는 꽃을 삼키며
별을 바라보는 유기견(遺棄犬)과 함께
눈밭이 녹는 그림을 그렸다.
내가 짓는 새로운 세계는
지금까지‘바깥’을 향해 있다.
거기에 내가
안아주지 않았던 사람들 혹은 기다려주지 못했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바깥은 닿고 싶은 고향이거나 특별한 진리가 된다.
나는 창작을 통해, 어리석은 나만큼 조차도
세상의 질서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밀려나는 이들로부터
권리 같은 의미를 획득하고 싶었다.
예정된 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여如
시是
아我
문聞
바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 하늘 구름을 붙잡고 흘러가다가
이 바다 파도를 타고 밀려옵니다
아무에게 잊히어 누구에겐 그리울
우주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당신은 세상의 온갖 것에 스치웁니다.
바람 속에 멎습니다 나는
수천 년을 살며 수천 곳을 누비다가
마음 한 줌 꽃씨로
허공에 뿌리면,
별이 되고 달이 되어 나는
세상의 꽃을 헤아립니다.
내 마음 밭에 지지 않는 당신, 디야나.
도는 경계에 있고 길은 사이에 있다.
봉래산에서 영도바다로 사람이 낸 비탈길이 <흰여울길>이다.
산꼭대기에서부터 흐른 물이 바다에 닿기 위해 자연히 거쳐 가는 길이다.
이 소설은
등산하지 않는 나를 정상까지 오르게 하신 봉래산 할매와 내 상상력의 원천인 부산바다의 갈매기 소리가 썼다.
내 바른쪽 정강이뼈 아래에 ‘천상 부산갈매기’란 낙인처럼 날 때부터 박혀있는 갈매기 모양의 점은,
자유의지로 높이 날아올라
사람의 눈 너머 보이지 않는 삶도 조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