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너에게 인도는 무엇인가? 내 안의 영혼이 속삭인다. 세상이 숲이라면 인도는 그 숲의 정령이 피워낸 가장 매혹적인 꽃이라고. 1993년부터 내 몸과 마음은 대부분 인도에 있었다. 신들의 대지에서 보낸 20여 년의 세월이 그야말로 꿈속처럼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내 젊은 시절을 헌상한 무위도식과 몽유의 공간은 인도 저자거리와 히말라야 골짜기였던 셈이다.
소설 <인도로 가는 동안>은 그 과정에서 1년에 한두 편 씩 아주 게으른 방식으로 씌어졌다. 그동안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를 시작으로 주로 인도에 관한 글만 고집한 이유는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 그 뭉클한 삶의 풍경을 공유하려는 데 있었다. 이 소설이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영감이라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요즘도 거의 매일 밤, 인도에 관한 꿈을 꾼다. 너무도 인간적인 신들과 신을 닮아 슬픈 사람들이 어우러진 서사가 일상처럼 익숙해진 때문이리라.
다시 인도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어느덧 스물두 번째 인도행인 셈이다. 내겐 제2의 모국처럼 여겨지는 인도에서의 삶과 길 위에서 영감을 준 모든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인도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각자 아름답고 고귀한 사원의 다른 이름이었다.
사두, 사두, 사두!
인도 대륙과 이웃 나라들을 전전하다가 오래된 친구 집을 방문하듯 종종 찾던 곳이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이었다.
사원으로 이루어진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앙코르 왓은 인류사에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지닌 유적이다. 천 년 동안 열대의 정글 속에 깊이 잠들어 있다
막 깨어난 유적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신선한 충격이자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프랑스의 앙리 무오가 앙코르 왓을 둘러보면서 ‘그리스 로마 문명이 인류에게 남겨준 그 어떤 건축물보다 장엄하다’고 감탄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앙드레 말로가 이 유적들로 인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에서도 쉽게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