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목과 같은 내용, 같은 목차의 책을 1974년에 냈었다. 내겐 첫 책이었다. 약간 설레었었고 철없게도 약간 자랑스러워했었던 것 같다. 소설 쓰는 일이 아무나 못하는 꽤 대단한 일이라는 철없는 자부심 때문이었으리라. 그것이 철없는 자부심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 삼십여 년이 걸렸다. 이제야 겨우 볍씨를 심고 가꾸는 농부의 일이, 옷감을 마르고 재봉질하는 여성 노동자의 일기 그리고 집 짓는 현장에서 등짐 지는 노동자의 일과 거친 바다에 나가 그물질하는 어부의 일이야말로 거룩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