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한국일보]에 ‘아침의 창’이라는 고정 칼럼에 2년 남짓 실었던 글 가운데서 간추리고 다시 손질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 신문의 역사가 반세기를 넘겼지만, 이전에는 어린이를 위한 칼럼이 실린 적이 없었습니다. 최초의 어린이 칼럼인 셈이지요.(…)
나의 글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지름길로 가지 말고, 돌아가더라도 두름길로 걸으며 상상하고 꿈꾸고 웃고 사랑하자는, 간곡한 권유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내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응원의 편지입니다.
귀에 대고 속삭이는 나의 응원은 “넌 아이잖아! 그래서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예사롭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마음의 메아리로 거듭나 두고두고 웅숭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뭔가 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맛보려면,
일몰이나, 밤하늘의 별이나, 초승달을 보십시오.
그리고 모든 걸 잊고, 지우고, 비워버리고 싶으면,
발마 속에 오래오래 서 있으십시오.
무슨 깨우침이 간절한 날이면, 나무를 껴안고 마냥 기다리세요.
아! 그리고 또 삶이 좀 그럴 적엔,
힘겹거나, 버겁거나, 허망하거나, 허전하거나, 아쉽거나,
뿌듯하거나, 괜찮다 싶거나, 흐뭇하거나, 미소 짓게 되거나,
하여튼 그렇거든 동화를 읽으십시오.
우리의 현재가 어떻더라도,
그 인생을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동화가 일깨워줄 테니까요.
이렇게 사진과 짧은 글들이 만나고 어우러져 엽서 같은 책이 되었어요. 이 엽서를 그대에게 보내기 위해 우체통에 넣습니다. 아마 그대에게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오솔길이거나, 마치 옛날 시골길처럼 에돌아가는 두름길일 터입니다. 그대에게 배달되면 부디 수취 거절하지 마시고 반겨 주십시오.
나느 ㄴ눈을 꼭 감습니다. 떠나는 웅성거림에 절망합니다. 부끄러워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얼마 뒤, 누군가가 바짓가랑이를 당깁니다. 나는 움찔 놀라 눈을 뜹니다.
"아니! 흙꼭두장군!" 나는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흙꼭두장군을 감쌉니다. 나와 흙꼭두장군은 눈높이를 맞추고 마주 바라봅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십니다.
지금도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면, 그날의 햇살과 새소리를 배경으로 '한 사흘은 기분 좋겠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 이 말은 내 문학의 한가운데에 깊이 박힌 잠언입니다.
<희망을 파는 자동판매기>에 실린 나의 글들이 사흘까지는 몰라도, 한나절쯤이라도 내 독자를 기분 좋게 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