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은 학구적인 이론이나 형식에 따른 이미지 구성이 아니다. 시란 고뇌와 고통과 절망의 체험이 언어의 압축으로 되살아나는 표현이다.
시는 분장이나 장식의 형식이 아니다. 시는 영혼의 고뇌이다.
시를 아름답다 말한다. 조금은 웃기는 말이다. 시는 더럽고 추한 육체적 고통과 시련과 수고의 노동을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 말하는 상투적인 편견을 뛰어넘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핀다.’는 사실은 경험해보지 못한 자들의 회자 용어가 아니다. 시련의 경험 속에서 이루어지는 진실이다.
시를 무슨 이념이니 무슨 사상이니 무슨 주의니 하고 분류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경 쓸 것도 없고, 관심 둘 것도 없고, 도무지 상관할 바 아니다. 왜냐하면 시란 곧 삶이기 때문이다.
시란 상상이나 이미지가 아니다. 죽음과도 같은 악몽, 악몽에서 깨어나는 현실, 곧 현실의 그림이요 노래이다.
나를 울게 하소서
기쁘고 즐거운 곳 그 어디에
밤새워 눈을 뜨니
창문 열리고 바람 출렁이고
새소리 나를 울게 하소서
세상살이 뜻대로 되리오마는
낮이나 밤이나 가로등 불빛
영원에서 순간으로
서둘러 떠나는 발길
높은 돌담 믿음 소망 사랑
그리운 사랑 찾아 헤매이다가
여전히 산간에 떠도는 메아리
나를 울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