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공저), 소설집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공저)과 장편 소설 『불가사리 전선』, 『부어스: 별을 따는 사람들』을 출간하였다. 짧은소설연구모임에서 미지의 짧은 소설들을 함께 탐험했던 근사한 시간을 더 널리 공유하고 싶다.
이십 대 후반에 썼던 소설을 십 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에 세상에 내놓는다. 자리를 찾는 데 오래 걸려서 시간의 간격이 큰 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청년 문제와 주거 문제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낯익은 주제가 낡은 주제가 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다듬었다. 이 소설을 볼 때마다 뜨겁게 걸었던 여름이 떠오른다.
내 자리에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을 따라가며 쓰는 것에 관해서도 많이 생각했었다. 내 글을 쓰겠지만, 나만을 위한 글을 쓰지는 않겠다고. 같은 길만 계속 가는 것에 지칠 법도 한데 글의 순례를 포기하지 않아 안도감이 든다. 그 안도감에는 긴장감도 약간은 섞여 있다. 본격적인 길은 지금부터 시작일 것이므로.
당시에는 피로와 더위에 지친 모습만 기억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건 어두운 길을 밝혀 주었던 야광봉과 반딧불이의 불빛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으로 기억되는 길이 앞으로의 걸음을 이끌어 줄 것이다. 흐르듯이 사느라 매듭을 짓지 않고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이십 대를 제대로 마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