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에 첫 시집을 겁 없이 냈다. 맹탕 헛것이 두들겨 대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참 괴로워했었다. 여기저기 퍼질러 놓은 오물을 수거하여 불 싸지르고 싶었다. 지금도 시가 어렵고 가까이하기가 두렵지만, 천둥벌거숭이로 설치던 그때는 오죽했으랴. 이후, 디지털대학 문창과에서 시 공부를 4년 동안 나름 다시 치열하게 해서 두 번째 시집을 2009년도에 냈다. 도긴개긴이긴 마찬가지다. 미적 형태의 맥락 속에서 의미나 함축성을 구상화하는, 이른바 시적 형상화의 가늠자는 여전히 1차 감정선에서 어림하고 있다. 내 사유와 인지의 극점이 여기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여, 2집 발간 후 10여 년 동안 습작해 놓았던 것에서 40여 편을 골랐다. 1부는 1집, 2부는 2집에서 각각 뽑아 새로 고쳐 내놓는다. 부분 개작 시집을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발간하는 셈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옛날 천둥벌거숭이를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착각인가? 누가 이 졸 시집을 뒤적거리겠는가마는, 혹시 아들과 며느리와 생겨날 손자가 기억이라도 해 준다면 감지덕지겠다. 언제나 든든하게 곁에서 응원해 준 아내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함을 전한다.
2024년 4월, 포항 장성동에서 정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