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고려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문학사상》에 시 「개심사 거울못」 외 2편으로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2011년 현재 다원예술 문화기획자 겸 문화계간지 《쿨투라》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동해와 만나는 여섯번째 길》이 있다.
사람의 길을 버리고 내 마음의 풍경을 따라 길을 나선 지 이십 년이 지났다.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고 바라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풍경 사이에서 경건한 자연을 많이 모독하기도 했으며, 그것도 버리고 스스로 초월한 척해 보려고 절간을 헤매 다녔다.
버려진 풍경 속에서 언제나 혼자였던 나는 결국 들풀처럼 질긴 생명력도, 삶의 강인함도 되찾지 못한 채 삶의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십 대의 그 끝없는 외로움과 방황 속에서 내게 유일한 희망을 주었던 詩! 그럼에도 시간의 오랏줄에 묶여 게을렀다. 등단한 지 십 년 세월만에 묶어내는 이 시집 속에는 바로 서기 위해 흔들렸던 내 젊은 날이 고스란하다.
오늘도 내 마음의 풍경, 그 이미저리를 좇아 나는 길을 떠난다. 이 길 떠남이, 또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의 삶과 그 속의 비루한 것들이 나에게 시를 쓰게 하는 원천인 것 같다. 나의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이 외롭고 행복한 시 쓰기는 해답 없는 질문처럼 이어질 것이다.
2011년 10월, 북아현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