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어린 왕자』를 읽고, 잘 길든 사막여우 한 마리와 새침한 장미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아직도 길든 여우도 없고 새침한 장미도 없지만, 예쁜 그림책으로 와 준 『어린 왕자』가 있어 행복합니다. 프랑스 크리스티앙 쇼보를 졸업했습니다. KBS 아트비전 분장실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년 반 동안 어린 왕자와 함께하며 이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가늠해 보며 수를 놓았습니다. 자기 별에서 장미를 돌보던 때의 마음,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마음, 자기 별을 떠나기로 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행성들을 여행하며 만난 세상과 어른들은 어린 왕자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지구에 와서 느끼던 외로움과 결국 자기 별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느꼈을 그리움을 떠올리면 어린 왕자의 쓸쓸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을 입히고 어떤 목도리를 두를지 이 아이의 마음에서 그려 보았고, 작업복일까 외출복일까 고민하며 옷을 입히는 순간들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수를 완성하고 나니, 나는 그 아이와 긴 여행을 한 듯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