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게임 및 컴퓨터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쓰며 엔터테인먼트 홍보 전문가로 활동하였고, CJ그룹 홍보실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제13회 MBC창작동화대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들꽃 여행>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현재 다양한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그저 눈을 감고 마로의 달콤한 호두과자를 음미하세요!
내가 마로를 만난 건 무려 십여 년 전이다. 일자리를 잃고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춥고 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시절. 나는 바깥으로 나가지도 않고 게으른 고양이처럼 방 안에서만 웅크린 채, 어둡고 끝이 없는 고단함에 얼굴을 파묻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듣곤 했다.
햇빛이 보드라운 장미꽃잎처럼 감싸던 어느 날 오후, 나는 소파에 길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등받이 쿠션 아래로 무언가 단단한 것이 만져졌다.
그것은 호두였다. 무엇을 꽁꽁 감추고 있기에 넌 그리도 단단한 껍질로 에워싼 것이더냐? 나는 호두 속 세상이 궁금해졌다. 아니, 사실은 배가 고팠다. 나는 필사적으로 모든 기운을 쏟아 호두 껍데기를 깨는 데 몰두했다.
마침내 부서진 호두 껍데기 틈새로 무언가 보였다. 놀랍게도 오렌지색 나트륨등이 환하게 비추는 빨간색 지붕의 집이었다. 그리고 벼락 맞은 전나무 밑동에 앉아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한 소년이 보였다. 그 소년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호두는 따지 마세요. 대신 이걸 먹어 보세요."
소년이 내민 건 호두과자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호두과자를 한입 먹는 순간, 나는 어린 양처럼 폴짝 뛰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소년, 바로 마로의 호두과자 비법을 알아내려고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그렇게 수년 간 마로를 따라다니며 얻어낸 비법으로 만든 호두과자는 그런 요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로가 만든 것과 달랐다. 왜 내가 만든 것은 이럴까? 바짝 약이 오른 내게 마로가 한마디했다.
“난 항상 누군가를 생각하며 호두과자를 만들어요."
그랬다. 이제까지 난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호두과자를 만들었다. 나만을 위해 열심히 공을 들여 깨고자 했던 호두의 껍질이 고집불통처럼 굳게 닫혀 있던 순간이 생각났다. 쓴 웃음만 나왔다.
여러분도 나처럼 무익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도록 몇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우선 여러분이 언젠가 마로를 만난다면 절대로 호두나무의 호두를 따지 말 것! 그리고 마로가 건네는 호두과자의 비법을 캐묻지 말 것! 그저 눈을 감고 마로의 달콤한 호두과자를 음미해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