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시대를 추천하는 이유
2010년대 중반부터 소설의 일기화,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것 같다. 그것이 극찬일 때도, 멸칭일 때도 있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어떤 글을 평가할 때 '일기 같다'고 말하는 데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문보영의 <일기시대>는 이런 현상 사이에서 탄생한, 가장 일기답고 가장 일기답지 않은 살아 있는 일기 그 자체다. 아무리 일기처럼 쓰인 글이라도 작가가 소설이라고 하면 그것이 소설이듯이, 아무리 소설처럼 쓰인 글이라도 작가가 일기라고 하면 그것은 일기가 된다. 문보영의 일기를 읽으면 일기는 함부로 쓰이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경이감에, 일기에서 볼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본 기분 좋은 어긋남에 사로잡힌다. 문보영의 일기는 일기라는 장르를 도드라지게 한다. 우리는 이제 좋지 않은 글을 평할 때 '일기장에나 써라' 같은 말을 하지 않기를 연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