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의 프리퀄. 썸머가 쥴리를 만난 날로부터 두 달을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 여자 썸머가 덴마크 밭으로 도망간 사연은 무엇일까?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의 탄생배경이 궁금한 독자는 꼭 읽을 것. 독서 배경음악으로는 김목인의 '스반홀름'을 틀어놓을 것.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로 그리고 만나봐야할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썸머 스토리 2탄. 미래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농대 나온 남자'와 헤어지고 날아간 덴마크 생활공동체 스반홀름. 덴마크에 도착하자 마자 기차역에서 전 재산을 소매치기당하고 공동체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잃은 애'로 소문난 썸머는 난생 처음 잡초를 뽑고 감자를 캐며 흙밭을 뒹구는 일이 만만치 않아 다사다난한 매일을 보낸다. 그중에서도 클라이막스는 호박밭에서 7천 개의 호박을 수확하던 날, 격한 노동에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살인미수(!)까지 저지른 것.
온몸이 녹초가 되는 하루속에서도 썸머의 시선은 무언가를 캐내고 만다. 몸에 대한 자각, 오래된 관계와 새로운 관계들, 내 몫의 삶, 그리고 어떤 두려움들. 떠나온 세상과 단절하는 동시에 새로운 눈으로 다시 자신이 만들어갈 세계를 발견해내는 하루가 쌓여간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담담한 인사로 시작한 스반홀름 사람들과의 관계는 종이에 스미듯 서서히 썸머의 마음에 물든다. 상처 받고 꼬인 듯했던 모든 사건은 '이런' 순간을 위한 필연이었을까? 스반홀름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하기 좋은 곳이었을까?
서울 북촌에서 잘생긴 고양이 동동이와 산다. 어려서는 엄마가 좋아하는 대로 살고 어른이 되어서는 살고 싶은 대로 산다. 여전히 미래직업과 장래희망을 궁리한다. 무엇을 하고 살든지 내게 일어나는 사적이고 사소한 사건을 ‘대단하지 않되 그럴싸한 책’으로 엮는 일은 꾸준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