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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무조건 살이 빠지는 기적의 약에 대해"

이 책은 요한 하리 본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팬데믹 기간 10kg이 찐 그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지만, 유명인들이 모이는 파티장에 들어선 순간 그것이 자신만의 착각임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세상에, 모두가 전보다 훨씬 마른 몸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격리된 상태에서 식단과 운동을 한 것일까? 아니, 비밀은 신종 비만 치료제에 있었다.

기적의 약이 나타났다. 위고비, 삭센다, 마운자로. 다이어트 약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마음에 위안을 주는 약 정도가 아니다. 실제로 삽시간에 살을 쪽 빼준다. 주사를 맞고 나면 안 먹어도 포만감이 든다. 집착적이던 식욕이 사라진다. 요한 하리는 주사를 맞고 본인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보다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이 주사는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까? 그런데, 애초에 왜 이런 주사가 필요한 걸까?

이제 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비만 문제와 초가공 식품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우리가 그간 먹어온 것들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고 있었는가. 그는 초가공 식품이 음식 중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을 들여다보고 미국 사회의 음식 문화를 톺아본다. 그의 흡입력 있는 글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이 음식 문화와 비만의 관계, 비만한 몸에 씌워지는 수치심과 대한 이야기까지 단숨에 도달한다.

전작인 <도둑맞은 집중력>과는 다른 소재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세상의 거대한 비밀 속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비만인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요한 하리라는 특출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우리 모두가 처한 문제적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 인문 MD 김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