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이도 작가는 어느 날 미술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한 중학생을 만난다. 그 중학생은 박이도 작가에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일이 '죄송'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어째서 그림 그리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고백하건대 백지를 주며 집을 그려보세요, 나무를 그려보세요, 사람을 그려보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3세 아동이 그릴 법한 집과 나무와 사람을 그린다. 가정통신문에 "색칠을 대충 합니다."라는 말까지 들어보았던 터라 그림 그리기는 솔직히 내게 무서운 일 중 하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그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건 답답한 일이지만 이미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기에 자포자기하고 만다. 아마 나도 예술가 앞에 그림을 내놓는 일이 발생한다면 죄송하다고 말할 것 같다.
작가는 그림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사물 사과를 그려보자 제안하며 100가지의 이색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꼭지로만 그린 사과, 잎으로만 그린 사과, 그림자만 있는 사과...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지고 4B 연필을 쥐어 보고 싶다. 100개에 포함되지 않은 더욱 특이한 여러분 만의 사과를 그려보자. - 유아 MD 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