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정창훈
어렸을 때 ‘우주는 빅뱅이라는 엄청난 폭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한마디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한마디가 계기의 하나가 되어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이언스><뉴턴><과학 소년>
<별과 우주> 같은 과학 월간지의 기자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과학책을 쓰고 있습니다.
<과학 오디세이><해리포터 사이언스><속담 속에 숨은 과학>
<지구를 숨 쉬게 하는 바람><과학자는 세상을 이렇게 바꿨어요>
<태양계 여행안내서><호킹의 블랙홀> 등 여러 책을 썼습니다.
그린이 이희은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후 아이들이 좋아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려운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재미난 그림으로 담아 낼까
궁리하며 이번 책을 작업했습니다.
<우리 집에 온 노벨상><도와줘요 똥싸개 탐정>
<조물조물 우리 역사><귀명창과 사라진 소리꾼>과 같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표지 그림 이희은 |표지 디자인 손미선
펴낸날 초판 1쇄 2017년 4월 3일
글 정창훈 | 그림 이희은 | 편집주간 김난지 | 디자인 손미선 | 관리 이은영
펴낸이 최진 | 펴낸곳 천개의바람 | 등록 제406-2011-000013호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115 세종출판벤처타운 405호
전화 031-955-5243 | 팩스 031-622-9413 | ISBN 979-11-87287-39-1 | 값 11,000원
사진자료 wikimedia
글ⓒ정창훈|그림ⓒ이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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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나일 강 주변은 옛 문명이 시작된 곳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졌어요. 옛날 이집트에서 나일 강은 사람들 생활에 아주 중요한 터전이었어요. 나일 강 주변의 비옥한 땅에 밀을 키워서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살 수 있었거든요.
농작물을 계속 키우면 땅은 으레 황폐해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나일 강 주변 땅은 언제나 기름졌어요. 왜냐고요? 나일 강은 해마다 홍수로 흘러넘쳤는데, 그때마다 강바닥에 있는 기름진 흙이 주변 땅을 뒤덮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나일 강의 범람이 마냥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온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어 피해도 크게 입혔으니까요,
나일 강의 범람은 해마다 비슷한 때에 일어났어요. 어, 그렇다면 강이 흘러넘치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달력에 나일 강이 범람하는 날짜를 표시해 놓고 말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그럴 수가 없었어요. 달력이 정확하지 않아서 해마다 같은 날을 알 수가 없었답니다.
다행히 얼마 후 그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 사람은 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신관이었어요. 옛 이집트의 신관은 천문학자이기도 했어요. 새벽마다 별을 관찰하며 하늘의 뜻을 읽었거든요. 오랜 세월 새벽하늘에서 별을 관찰하던 신관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른 새벽 동쪽 지평선에서 시리우스 별이 보이는 때부터 나일 강의 범람이 시작된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새벽하늘에 시리우스 별이 보일 때에 맞춰 나일 강 범람에 대비하기 시작했어요 마을 주변에 높은 둑을 쌓아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요. 그 후로 나일 강이 흘러넘쳐서 밭이 모두 물에 잠기더라도 마을만은 안전했답니다.
요즘 사람들은 옛날 이집트 문명을 흔히 ‘나일 강의 선물’이라고 말해요. 비옥한 나일 강을 중심으로 무려 3천 년 가까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옛 이집트 문명을 지탱한 것은 나일 강의 범람을 예측한 그 신관의 ‘한마디’가 아니었을까요?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이집트는 해마다 흘러넘친 나일 강에 휩쓸려 채 몇 년도 지탱 못 하고 사라졌을지도 모르니 말이에요.
옛 이집트 신관의 후예인 과학자들도 지금 우리들에게 놀라운 한마디를 들려주고 있어요. 옛 이집트 신관의 한마디가 이집트 문명을 이룩하고 지탱했던 것처럼 과학자들의 한마디가 지금 우리 세상을 이끌고 있답니다.
‘우주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우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기는 무엇이고, 자기는 무엇일까?’
‘사람과 모든 생물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땅과 바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를 한마디 말에 담아냈어요.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한마디는 무엇인지 이제부터 귀기울여 들어볼까요?
기원전 585년 5월 28일, 그리스 도시 밀레토스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어요. 몇몇 사람들은 눈을 찡그리며 손가락 사이로 눈부신 해를 훔쳐보기도 했어요.
“어, 해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해를 바라보았어요. 해는 아직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눈부셨어요. 하지만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아, 정말 해가 사라졌어!”
곧 초저녁처럼 컴컴해졌어요.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 밝은 별이 몇 개 나타났어요.
“오, 신이시여! 노여움을 풀고 우리에게 해를 돌려주세요.”
여기저기에서 놀라움과 두려움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어떤 사람들은 무서워서 울부짖기도 했어요. 그때 한 사람이 나서며 말했어요.
“다들 너무 걱정 마세요. 얼마 전부터 탈레스 선생님께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이 곧 일어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이건 신의 노여움으로 빚어진 일이 아니라 때가 되어 나타나는 자연 현상일 뿐이랍니다.”
일식을 신이 노한 것이라며 두려워했던 그 옛날, 일식을 예측했던 ‘탈레스’는 누구일까요?
탈레스는 기원전 약 624년에 그리스의 밀레토스라는 곳에서 태어났어요. 밀레토스는 큰 항구 도시여서 주변 여러 도시와 나라에서 배를 타고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어요. 그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을 전해 주기도 했어요. 그 덕분에 탈레스는 어릴 적부터 온갖 지식이 풍부했답니다.
청년이 되어 탈레스는 이집트에 가서 기하학과 천문학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탈레스는 사람들에게 이집트에서 가장 높은 피라미드의 높이를 재겠다고 큰소리를 쳤어요. 탈레스는 피라미드 옆에서 기둥처럼 꼿꼿이 선 채 꼼짝하지 않았어요. 땅에는 탈레스와 피라미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어요. 해가 높이 떠오르면서 그림자는 점점 짧아졌어요. 드디어 탈레스의 그림자 길이가 탈레스의 키와 같아졌을 때였어요. 탈레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여러분, 저의 그림자 길이가 저의 키와 같아졌습니다. 그럼 당연히 피라미드의 그림자 길이도 피라미드의 높이와 같겠지요?”
이런 일 덕분에 밀레토스로 돌아온 탈레스는 이미 현명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어요.
어느 날, 탈레스는 바빌로니아에서 온 사람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바빌로니아의 천문학자들은 일식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바빌로니아는 지금 이라크의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을 다스리던 나라예요. 옛 그리스보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닌 바빌로니아는 천문학이 아주 발달했어요. 바빌로니아의 천문학자들은 오랜 세월 일식을 관찰하고 기록했어요. 그 결과 일식이 일정한 간격으로 되풀이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탈레스는 밀레토스에서 일식이 일어났던 기록을 조사했어요. 일식은 거의 19년마다 한 번씩 일어났어요. 그에 따라 곧 일식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죠.
“일식은 자연 현상일 뿐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일식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나는 거라며 두려워하고 있어.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야.”
탈레스가 아무리 뛰어났어도 일식 날짜까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었어요. 그건 바빌로니아의 천문학자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탈레스는 몇 월 며칠 즈음에 일식이 일어날 거라고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그리고 그 즈음 정말 일식이 일어났던 거예요.
세상 모든 일의 이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철학자’라고 해요. 탈레스는 옛 그리스에서 손꼽히는 철학자였어요. 탈레스는 특히 자연 현상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 철학자’라고 해요.
철학자는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철학자를 한심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세상의 이치를 밝히려고 노력하지만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한다고 말이에요. 탈레스가 가난하게 사는 걸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철학자들은 자기가 똑똑한 줄 안단 말이야. 그렇게 똑똑하면 돈이나 많이 벌어 보든지.”
탈레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