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인쇄 2012년 09월 28일
초판 발행 2012년 10월 05일
편저자 장하영
펴낸이 김은영
발행처 스마트북
등록번호 제300-2012-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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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977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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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ted in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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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지나 보면 모든 인생의 각 시기가 위태롭고 불안하여 위기의 계단을 겨우겨우 지나온 것만 같다. 30대에는 사회적 기반을 닦기 위해 진취적으로 매진하고 도전하며 자기 역량을 극대화하고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40대가 되었을 무렵에는 인생에 확신이 서고 상대를 대하는 일도 편안해지고, 내 위치가 공고해져 한시름 놓을 것이라 조금, 아주 조금은 기대한다. 그랬건만 마흔의 문턱을 넘어서면 그 바람은 또다시 내 앞에서 멀어지고 만다.
이 급속한 변화의 시대 앞에서 생활인으로서 30대를 극복하고 40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앞서의 기대처럼 안정된 자리에 올라 기반이 탄탄해진 뒤이거나, 현실 앞에서 도태되거나 하는 갈림길에 섰다는 뜻이다.
우리의 매 순간이 위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매 순간이 위기라 함은, 그만큼 매순간 성장의 기회가 내 앞에 놓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신을 다독이며 다음 단계로 넘어설 준비를 하자. 그렇다고 지나치게 승부욕에 불탈 필요도 지레 위축되어 세상에 겁먹을 필요도 없다.
30대부터 마흔까지 현실을 헤쳐 온 지혜에 조금 덧붙여 상대를 자신이 목적하는 곳으로 유도하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기술을 활용하면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기술들을 목적과 상황별로 정리하여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또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실전 노하우와 설득 대상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는 소소한 정보까지 제공하였다.
『심리학, 서른엔 사람과 통하고 마흔엔 마음을 얻는다』는 심리를 이용하여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설득 및 동기부여 분야의 수많은 연구가들이 실제 인물과 사례들을 철저하게 분석한 학술 연구 및 과학 연구를 담고 있으며, 이에 근거한 여러 원칙들을 소개함으로써 비즈니스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모든 만남에는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의 사고방식을 설득하려는 시도가 내재되어 있다. 즉 나이, 직업, 종교, 철학적 믿음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나를 믿고 따르며 나의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기 위해 상대를 자유자재로 설득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마음을 읽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펼쳐진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설득의 기술을 배우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교묘한 술수를 부리고 혹은 뻔뻔스러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데에는 개인의 성공 외에도 전제되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상대의 삶도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호주의가 깔려 있지 않은 주장으로는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다. 설혹 설득했다 하더라도 순간으로 그칠 뿐, 이후의 인간관계는 차단되고 만다. 그러니 설득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아는 30~40대는 자신에게 더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이 책을 건강히 습득해 상대를 설득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유연한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또한 이 책에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비법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호기심을 발휘해 내 것으로 만들어 실험해 보기 바란다.
2012년 열매 맺는 달 9월에
장애아 교육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더만 박사가 개발한 ‘더만법’이라는 문자 교육법이 있다. 이 방법은 아이에게 빨강색으로 쓴 엄마, 아빠와 같은 낱말 카드를 10초 정도 잠깐 보여 주면서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무엇인가 시작되려는가 보다” 하는 생각에 흥미를 보이게 된다. 아이가 첫 번째 카드에 흥미가 떨어질 무렵 즉,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카드로 넘어간다. 처음의 카드에 비해 차차 글자 크기도 줄이고 색깔도 검정색으로 바꿔 가면서 계속 보여 주는 것이다.
제시하는 문자의 범위도 친숙한 것에서부터 덜 친숙한 것으로 점차 넓혀 간다. 이렇게 하는 동안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자를 기억하게 된다. 반복의 효과인 것이다.
어느 손해보험 회사에 근무하는 베테랑 세일즈맨은 이와 같은 반복의 심리 전략을 이용해서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회사와 단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간부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허락을 받아 내야 하는데, 회사 간부라는 사람들 치고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여유 있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도 마음도 없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세일즈맨은 회사 간부를 만나게 되면 그때가 최후의 기회인 것처럼 생각되어 자기 말만 늘어놓게 마련이다. 간신히 얻은 짧은 시간에 될 수 있으면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에 반해서 회사 간부는 소개한 사람의 체면도 있는데다 그의 열성을 면전에서 무시할 수 없어서 들어주는 척만 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이 급한 세일즈맨은 어떻게든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시간을 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아주 귀찮은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이럴 때는 한번에 뭔가를 해치우겠다는 단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장기전을 노려야 한다.
상대방이 귀찮다는 표정을 보이면 하던 말을 멈추고, 빨리 끝내 주기를 바라는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또 찾아뵙겠습니다” 하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주 찾아가게 되면 상대방은 내심으로 “참 열심이네, 또 왔군”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남성은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리하게 오랫동안 설득한다고 해서 여성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부지런히 계속 찾아주는 남성을 성실하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들어 한다.
초면인 사람, 바쁜 사람, 시간이 없는 사람을 설득할 때, 그것이 최후의 기회인 것 같은 심리적 착오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번 잡은 기회를 반드시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끈덕지게 달라붙으면 상대방에게 귀찮은 존재라는 인상만 남기게 된다.
시간을 끄는 데 열중하지 말고, 다음에 또 만날 작전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담을 주지 않고 빨리 일어섬으로써 여운을 남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세일즈에서 우선 공략해야 할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끈질긴 가두모금이나 보험 권유에 “No”라고 답하는 것은 거절하는 쪽에서도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간단히 “Yes”라고 했다가는 감당할 수가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 때문인지 “No”라고 대답할 때의 신체 상태는 문자 그대로 굳어 있다. 근육과 신경, 내분비샘이 모두 긴장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Yes”라고 긍정할 때의 몸의 생리 구조는 이완되어 있다. 외부의 자극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딱딱한 자세가 아닌 부드러운 자세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심리적 갈등을 해소시켜 마음 상태를 “Yes”의 방향으로 궤도 수정시켜야 한다. 이런 마음의 준비를 ‘정신적 준비 상태’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묘하게도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관성의 법칙이란 ‘물체가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운동하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정지된 물체는 계속 정지 상태에 머무르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도 “Yes”의 상태에 있어야 그 다음의 “Yes”를 받아 내기 쉬워진다. 즉, “No”라는 정신적 상태가 “Yes”의 상태로 금방 바뀌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No”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미리 “Yes”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서서히 긍정의 정신적 준비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사람은 “No”라는 정신적 준비 상태에 놓여 있으므로 거북스러운 표정이나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사람에게 다짜고짜 자기의 의견을 늘어놓아봤자 오히려 “No”라는 상태를 더 강화시킬 뿐이다.
먼저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하고 반사적으로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평범한 질문을 몇 가지 의도적으로 던져 보는 것이 좋다. 그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토끼는 거북이보다 빠르지요?”
“네.”
“토끼도 때로는 낮잠을 잘 겁니다. 그렇겠지요?”
“네”
“그럴 땐 거북이가 더 빨리 달리겠군요?”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거북이가 토끼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므로 거북이가 토끼보다 더 빠를 때도 있는 거네요?”
“그렇지요.”
특히 여성은 이런 설득법에 약하다.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여성에게도 이런 방법을 쓰면 효과적이다.
“Yes”라는 대답을 계속해 나가는 동안 “No”라는 정신적 준비 상태가 자연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Yes”라는 정신적 준비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때를 포착하여 본론에 들어가면 상대방은 기분 좋게 “Yes”라고 대답해 버리고 말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유학 온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가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느낀 첫인상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녀는 동양 사회는 종적縱的 관계가 기본이므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상당히 폐쇄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까 매우 개방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도 마이클 잭슨을 좋아합니까?”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무척 좋아합니다”하고 대답한다든가, 또 “당신이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은 돈벌이에 관심이 있어서죠? 사실은 나도 그런 이유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거든요” 하는 식으로 자기의 마음을 잘 터놓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고,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는 서로의 유사한 점을 발견하여 그 공통점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려는 것이 인간의 공통된 심리라는 점을 설명해 주었다.
서로가 공통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아니 공통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설득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과 접촉의 기회를 많이 가져서 공통점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로의 의견 속에 있는 공통점을 발견하여 그것을 인상 깊게 남기는 기법이 있다. 상대의 이야기 가운데 조금이라도 자기 의견과 공통되는 점이 나오면 “맞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하고 크게 공감해 주는 것이다.
또한 조그마한 공통점에 불과한 것이라도 의식적으로 되풀이하여 이야기의 화제로 삼으면 상대는 차츰 서로의 공통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설득은 반쯤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마음을 닫고 완고한 상대에게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당신은 마치 우리들의 의견이 열이면 열 모두 다른 것처럼 말씀하지만, 우리가 서로 이 문제를 잘 해결하려고 하는 것부터가 이미 가장 큰 공통점을 갖는다는 게 아닐까요? 틀렸습니까? 서로 한 걸음씩 나아가 공통점을 찾아보지 않겠습니까?”
이 설득법은 언뜻 보기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서로의 공통점’이라는 말이 반복되다 보면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게 된다.
한편 서로의 공통점을 강조함으로써 ‘공동의 운명체’라는 인식을 시켜 인간적인 접촉을 늘려 가는 방법도 있다. 하다못해 남자끼리, 혹은 샐러리맨끼리라는 동료 의식이 경우에 따라서는 생각지도 않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사물을 판단할 때 우리는 무의식중에 여러 조건을 대비對比시켜 보게 된다. 이쪽에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면 상대방은 일반적인 상식을 기준으로 그 두 가지를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 심리이다.
상대에게 당신이 원래 제시하고자 하는 조건과 그에 비해 월등히 나쁘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조건을 동시에 제시해 보라. 그러면 상대의 머릿속에는 그 두 가지 조건만이 대비되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된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인데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서는 스스럼없이 선뜻 받아들이고 만다. 이것이 소위 ‘대비 효과’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큰 손해를 입기보다는 작은 손해를 감당하는 것이 낫다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덜 손해를 본다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에게 전근 명령을 내려야 할 때 이렇게 말해 보자.
“사실은 자네를 부산 지점으로 발령내려 했다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집과 너무 멀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아 춘천 지점으로 결정했다네. 어때, 열심히 해보지 않겠나?”
부산 지점이든 춘천 지점이든 서울의 본사 근무에 비하면 좌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전근 명령을 내리면 머릿속에 부산과 춘천이라는 두 장소만이 대비되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춘천이라면 기꺼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구태여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어떤 현상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나 판단 기준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하나의 좌표축을 설정해 두고 그것에 대비해서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대비 효과’를 활용하는 설득술은 미리 판단의 좌표축을 변환시켜 두는 기법이다. 수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좌표변환의 기법’이라고 하겠다.
어떤 도형 방정식이 아주 복잡하게 보일 때 좌표변환을 하면 놀랄 만큼 간단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수학을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험해 본 일일 것이다.
이 설득술의 요점은 대비시킬 조건을 얼마나 극적으로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과 춘천을 대비시켜서는 결정적인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게 뻔하다. 대전과 춘천을 비교해도 효과가 없다.
처음 제시된 조건이 부산이라는 먼 곳, 강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곳일 때 상대는 어떤 저항도 없이 춘천 근무를 승낙하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능력 위주의 인사人事로 이름난 모 회사의 부장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부하 사원 가운데 머리 회전이 빠르기로 소문난 같은 또래의 사원이 둘 있다고 한다. 편의상 A와 B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둘은 이상적인 라이벌로서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 부장이 일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자신만만한 타입인 A군이 최근에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인간관계를 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A군을 분발시키기 위해서 이런 충고를 했다.
“자네에게 감동했어, 자네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독창적이이야. 그런데 B군의 아이디어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하더군. 아마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보지.”
이것은 ‘암묵적 강화’를 응용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라이벌을 칭찬하면 그것이 곧 자기를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장의 경우는 그런 인간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쪽 라이벌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를 들어 칭찬하면 의미가 없다.
가령 머릿속이 승부 의식만으로 꽉 차 있는 A군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떨까.
“B군은 정말 여성에게 인기가 있어.”
이런 식의 부추김은 A군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은 이런 점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암묵적 강화’는 훨씬 효과적인 설득술이 된다.
단, 이 기법을 잘못 사용하면 라이벌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기 쉬우므로 주의를 요한다.
“자네는 B군보다 좀 떨어져. B군은 요즘 꽤나 우쭐대더군.”
이런 말은 B군에 대한 A군의 적대심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어 건전한 라이벌 관계가 깨지고 서로 감정적이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까운 능력을 낭비하게 되고 만다.
비교를 통해 자극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인간성이라든가 가정환경과 같은 것을 들어 비교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이 기법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업무 능력만을 가지고 서로 비교해야 한다.
설득의 첫걸음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해서든 이쪽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면의 세일즈맨과 고객, 특별한 관계가 없는 남녀 등 서로 친분이 없는 사람 간에는 “하나 사 주십시오” “만나 주십시오”라는 말만 갖고는 상대방의 관심을 이쪽으로 돌릴 수 없다.
세일즈맨이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은, 그런 사람이 자기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의 마음을 돌리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상대의 마음속에 “내가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리적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지 못하도록 친분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또 와도 소용없어요”라는 말로 거절당해도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면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계속해서 몇 번이고 접근해 들어가면 언젠가는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부탁을 받게 되면 그것이 점차 심리적인 부담이 되어, 단호하게 거절해 놓고는 “너무 야박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태도가 누그러져서 한번쯤 부탁을 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계속해서 부탁을 했을 때 “예의가 없군” “뻔뻔스러운 사람이군” 하고 생각하면서 단호히 거절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렇다고 부탁하는 쪽이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혹은 말대꾸를 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이런 경우에는 “그동안 미안했습니다”라고 사과하면서 급히 돌아서 나온다.
이쪽이 겸손하게 나오면 상대는 호통치고 쌀쌀맞게 군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일단 상대의 마음속에 생기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부탁을 받아들이려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그 이유는 이미 맺어 놓은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한눈에 반한 외국 여성에게 매일 국제전화를 걸어 결혼에 골인한 사람이 있다. 매일같이 걸려 오는 국제전화를 받는 동안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에 끊을 수 없는 친분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차차 애정으로 바뀌어 드디어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어떤 계기로 초등학교의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이때 교사가 어느 정도의 교단 경험을 갖고 있는지, 학생을 꾸중하는 방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떠들어 교실이 매우 시끄러울 때 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교사는 대개 가장 많이 떠드는 아이를 불러내어 벌을 준다. 그 방법은 교실 분위기를 조용하게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수업에는 별로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노련한 교사는 결코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야단치지 않는다. 떠드는 아이의 옆에 앉아 있는 아이를 의도적으로 지명하여 교과서를 읽힌다든지, 질문에 답하도록 한다.
재미있게도 그렇게 하면 떠들던 아이는 당황하여 떠들기를 멈추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일종의 ‘간접적 설득’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떠들기를 멈추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도 쓸데 없는 긴장감을 주지 않으므로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 기법은 회의석상에서도 많이 이용된다. 회의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참석한 사람이 많을수록 발언하는 사람만 계속 발언하는 경우가 대개이다. 회의 진행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려고 애쓰지만, 무조건 지명하여 강제로 발언하게 한들 알맹이 있는 의견이 나올 리 없다.
회의에서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회의에 대한 참여 의식이 극히 낮거나 의견이 있어도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에게 무리하게 발언 기회를 주어도 변변한 의견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행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의견을 들을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침묵하는 사람들의 참여 의식을 높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앞서 초등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발언을 시키고 싶은 사람을 직접 지명하지 않고 일부러 그 좌우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여 의견을 묻는다. 자신의 옆 사람이 발언을 하면 무관심하게 앉아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적극적인 발언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침묵을 지키는 사람을 직접 지명하면 오히려 비아냥거림이나 반발을 보이는 수도 있지만 이처럼 간접적 설득법을 쓰면 반발 없이 의도했던 효과를 보기가 수월해진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회의 분위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학생 시위가 한창이던 시절 어느 대학 교수가 겪은 경험담이다. 수업 도중에 학생 하나가 학생운동과 정치 문제에 대한 그 교수의 개인적 소신을 묻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질문한 학생은 소위 운동권 학생도 아니고 또 교수와 안면도 있는 학생이었으므로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교수는 강의를 멈추고 진지하게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을 주고받다 보니 서로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려 나중에는 둘의 관계는 물론이고, 강의실 전체가 서먹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그 질문의 내용은 강의와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즉석에서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교수는 “그런 질문은 수업이 끝난 뒤에 하라고 말할 걸!” 하고 후회했다고 한다.
상대가 단단히 벼르고 있거나 감정적으로 나올 때 상대의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 두 사람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상대가 바라는 바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의 술수에 휘말려 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질문의 핵심을 피해서 상대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킨 뒤에 서서히 문제에 끌어들이는 작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런 일이 사적인 자리에서 일어났다면 “이런 골치 아픈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차나 한잔 합시다” 하는 말로 슬쩍 비켜 가는 것이 좋다. 이런 대답은 일시적으로 상대를 심리적 우위에 놓이게 하지만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공적인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작전이 필요하다. 회의 중에 그 회의를 뒤흔드는 폭탄 발언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만일 당신이 의장이라면 그 발언의 중대성을 일단 인정한 뒤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나중에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논의하기로 하고, 우선은 오늘의 안건부터 결론을 냈으면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나중에’가 정확히 언제인지를 말할 필요는 전혀 없다. 까다로운 발언을 슬쩍 얼버무리고 회의를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대방 입장에서도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일단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이 이쪽의 요구에 순순히 따라오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확약을 받아냈다는 만족감이 흥분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당초의 기세를 한풀 꺾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에는 이처럼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고 양보하는 척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우선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신문을 읽다 보니 유명 브랜드 신사복을 부정 유출하여 싸게 파는 것처럼 가장한 장사꾼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피해자는 45세 가량의 어느 교사였다.
교사가 길을 걷고 있는데 승합차가 하나 슬슬 다가와 그의 옆에 섰다. 길을 물을 줄 알았더니 뜬금없이 신사복을 싸게 사지 않겠느냐고 물어 왔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백화점 가격의 2∼3할 정도면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교사도 처음에는 “세상에 그렇게 싼 물건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대꾸도 하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그러자 장사꾼이 목소리를 낮추며 이런 말을 했다.
“사실은 말입니다, 손님. 저희가 ○○백화점에 납품하러 갔었는데 몇 벌에 작은 흠집이 있어서 품질 검사 때 퇴짜를 맞았습니다. 이대로 회사에 돌아갈 수는 없고 해서 아주 헐값에 팔아 치우려 손님께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조금만 내십시오.”
장사꾼의 솔직한 말에 믿음을 갖게 된 교사는 덜컥 5만 원에 신사복을 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자세히 살펴보니 5만원의 값어치도 나가지 않을 아주 형편없는 제품이었다. 피해자가 된 교사는 자기가 저지른 어리석은 일에 분통이 터진 나머지 신문사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누구라도 지나친 감언이설은 처음부터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이 “좀 얼룩이 있어서”라고 먼저 약점을 드러내 보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화점의 할인 판매에서 ‘불량품 염가 대처분’이라든가‘ 이월 상품 염가판매’와 같은 문구로 손님을 모으는 것도 위와 마찬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쉽게 들통이 날 거짓말을 하려면 100% 거짓을 말하라. 그렇지만 탄로나지 않을 거짓말을 하려면 90%의 진실에 10%의 거짓을 섞어 하라는 말이 있다.
평범하고 적당한 사실 속에 거짓을 감추면 잘 드러나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속셈이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은 절대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진실처럼 보이는 데가 있으면 쉽게 믿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어찌된 일인지 지능이 높은 사람, 즉 “나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않는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인간 심리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 사기꾼의 수법으로 이런 기법은 다방면으로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가령 결혼 중매를 할 때 “일류 대학 출신으로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라고 장점만 늘어놓으면 상대는 그 말에 별로 믿음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별로 잘생기지는 않았지만……”이라고 약점을 먼저 들추어내면 의외로 그 말에 신용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방법은 설득해야 하는 상대로 하여금 어느 정도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너무 빈틈없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혹시 자신의 약점이 들키지 않을까 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직된 긴장 상태는 긍정보다 부정의 자세를 갖게 만든다. 상대방에게 편안함과 믿음을 주고 싶다면 적당한 선에서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보면 술주정뱅이가 나온다. 어린 왕자가 왜 술을 먹느냐고 묻자 그는 부끄러워서 먹는다고 대답한다. 도대체 뭐가 부끄러운지를 묻자 주정뱅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술을 먹는 게 부끄럽다는 것이다.
이 어이없는 주정뱅이는 하루 종일 술을 마신다.
요즘은 좀 덜한 분위기이지만 한때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술을 마셨다 하면 1차, 2차를 넘어 몇 차를 넘겼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때까지 마셔댔다. 역 근처의 벤치에 신사복을 입은 채로 쓰러져 있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의 많은 사람들도 뭔가 울적한 기분일 때는 술을 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적당히 마시면 좋으련만 과음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가 생기고 마는 것이다.
알면서 하는 일이기에 이럴 때는 다소 양심의 가책 같은 것도 느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