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꿈속에서 만나는 땅콩 스님
지금 그대로, 당신은 귀하고 온전한 존재입니다
Herstory 1 잘라낸 속세의 인연
세상을 떠도는 불량 행자
마음이 추락하는 날
이별의 인연
있으면 견디고 없으면 죽는
못마땅한 그 사람
마음이 일으키는 장난
거울로 보는 세상
왜 그렇게
바로 오늘
불만투성이
세상에 온 이유
많은 말을 쏟아낸 날
이런 사람
당신이라는 우주
늘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화가 나면
틀 안에서
다만 돌이켜보라
속아 넘어가는 뇌
두려움
내려놓음
문제를 쉽게 풀려면
화의 뿌리
문제는 내 안에
할 수 있는 일
성장하는 삶
슬픔이여 안녕
에너지의 윤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습니다
Herstory 2 절에서 도망치다
눈물은 힘이 세다
내 몫의 행복
내 슬픔을 짊어지고 가는 자
충고를 하려면
불행의 문
거절의 미학
포노사피엔스의 주인의식
왕관을 쓰고도 낮추는 사람
망하는 이유
말솜씨
꽃필 때가 되었습니다
친구가 필요해
이별도 만남처럼
웃는 연습
나는 나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
상대에 맞게
인생의 바람개비
댓글의 심리학
고집은 고집일 뿐
사연 없는 가족이 어디 있으랴
노부모를 모시고 산다면
부부의 선택
청춘을 위한 배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Herstory 3 노래로 세상에 한발 다가서다
묻고 또 물으며 나아가는 길
세상이 다 눈물인데
시작과 끝
가득 찬 것의 고요
마음 챙김
내 안에 묻기
꽃이 진 자리
지금 할 일
눈 감고 생각해 보면
꽃 한 송이
소중한 당신의 종교
나를 붙들고 흔드는 것
숨어 있는 지혜
무자화두
걷고 싶은 길
지금, 여기서 꺼내 쓰라
포행의 시간
죽음을 마주하다
간절히 원하면
눈물이 왜
선한 사람
언젠가는
마음의 주인
한순간의 기적
배우는 이유
인생, 꽝입니까?
당신은 지금 젊습니까?
에필로그 가까이, 더 가까이
꿈속에서 만나는 땅콩 스님
이십대 시절에는 가수로, 광고 모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남들은 그때를 나의 전성기라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가난과 가정 불화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또 다른 불안과 두려움의 세계로 잠시 옮겨간 것뿐이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지속적으로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늘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이었다. 장관이며 국회의원을 만나도 무덤덤했고, 대기업 회장을 봐도 그냥 시시해 보였다. 권력과 금력을 휘두르며 내로라하는 그들이, 미안하지만 허깨비처럼 보이고 가소롭게 느껴졌다.
실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꿈에서 자주 스님을 보았다. 인형처럼 아주 작은 스님이었다. 나는 그분을 땅콩 스님이라 불렀다.
힘들고 어려울 때 땅콩 스님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비록 꿈속일망정 편안하고 행복했다. 스님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스님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 온몸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
오랫동안 땅콩 스님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첨단과학의 시대에 웬 꿈 이야기냐고 핀잔이나 듣지 싶었다. 지금은 웃으며 편히 말한다. 이런 경우를 ‘몽중가피(꿈속에서 부처님을 만나 소원을 이룸)’라 하는 거겠지.
연예인으로 한창 활동할 무렵에도 땅콩 스님이 자주 꿈에 오셨다. 늘 곁에 스님이 계시는 느낌이었다. 그 때문인지 남이 뭐라고 하든 말든 승복을 입고 방송국에 드나들었다. 승복을 입으면 마음이 편했다. ‘애기보살’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엄마는 “우리 집에 중이 나면 집안 망하는 거다”라며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거액을 주고 굿을 세 번이나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무당들이 먼저 나자빠졌다. 나한테서 부처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몇 날 며칠을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괴로움 속에서도 내 앞에 놓인 길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설마하는 의심 속에서도 길은 조금씩 또렷해졌다. 내 안에 다른 내가 있어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다.
다름 아닌 ‘불문佛門’의 길이었다.
○ 고요한 침묵 속에 잠겨 있는 법당.
후드득. 머리카락 한 뭉텅이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이내 또 한 뭉텅이가 바닥으로 흩어졌다.
순간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툭, 툭, 머리카락이 잘려나갈 때마다 속세의 인연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어느새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머리카락과 함께 속세와 엮인 인연도 다 잘라버리는 거다.”
주지스님의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가 부모님과 동생들을 생각했다. 그 밖에도 여러 인연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수많은 인연들이 머리카락과 함께 법당 바닥에 차곡차곡 떨어져 쌓였다.
어느덧 정수리가 시원해졌다. 고개를 드니 부처님이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삭발식을 마치고 혼자 해우소로 가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제법 귀여워 보였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날의 고뇌와 악연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개운한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팔을 흔들며 펄쩍펄쩍 춤을 추었다.
법당으로 돌아가자 주지스님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셨다.
“고 녀석, 두상 한번 예쁘네! 부처님을 꼭 닮았구나.”
합장하며 나도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수행자로서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수행의 길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번민에 휩싸이며 고통받던 연예계 생활을 접고, 굳은 각오를 다지며 발심 출가했던 시절. 그러나 행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속세의 삶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선택한 길인데 부끄럽게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속세에 있을 때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지 않아 더욱 그런 것 같았다. 날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밥 짓기 등 공양 준비를 하고, 공양 후 설거지, 청소를 마치고 나면 불경 공부, 참선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9시 취침 시간까지 한시도 여유로운 시간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나자 ‘내가 이러려고 출가했나?’ 회의감이 일었다. 하루하루 답답함이 쌓이고 쌓여 폭발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발심 출가한 터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도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으로 어정쩡한 행자 생활이 이어졌다. 하도 답답하여 핑계를 대고 이리저리 떠돌기도 했다.
그 무렵 어떻게 아셨는지 숭산 큰스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구나. 그렇게 살려면 차라리 LA 절에 가서 소임이나 살아. 거기 가서 수행하고 있으라고.”
큰스님 말씀이 고맙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바로 화계사를 뛰쳐나왔다.
‘왜 나를 소임으로 묶어놓으려고 하시지? 그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야!’
그 뒤로도 나는 행자 살이를 하다 몇 번이나 도망쳐 세상을 떠돌았다. 불량 행자도 그런 불량 행자가 없었다.
행자 생활을 마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절 살림이 영 눈에 차지 않았고, 공부에도 별반 진척이 없었다. 큰스님 말씀을 따르지 않아 그런가 싶어 혼자 고민도 컸다.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참으로 힘든 10년이었다. 때때로 환속을 고민한 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환속한다 해도 갈 곳이 없었다. 그동안 부모형제가 찾아오면 “내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찾아오고 난리야!” 하며 매정하게 쫓아 보냈다. 한때 몸담았던 연예계 사람이 찾아오면 “꼴도 보기 싫으니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마시오!” 하면서 독한 말을 퍼부었다. 그러니 어느 자리에서 그 누가 나를 다시 반겨 맞아주겠는가.
절박한 심정으로 팔도명산을 찾아다니며 만행을 했다. 지리산이나 태백산은 물론 설악산, 북한산을 오르내리며 선지식을 찾아다녔다. 우주의 진리에 통달했다는 도인, 기인도 두루 만나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들이 얻었다고 자랑하는 것은 내가 얻고자 하는 바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 이야기는 “Herstory 2”로 이어집니다.
○ 살다 보면 마음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날이 있습니다.
까닭 없이 자신감이 떨어지고
세상 모든 일에 혐오가 느껴지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내가 나인 게
마음에 들지 않고
바보같이만 생각되는
자존감 최악의 날이 있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자꾸 되고
누군가 뜻 없이 한 말을 곱씹으며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이상한 날이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며 자작극입니다.
외부 조건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폭, 자해의 연극입니다.
명상을 통해 가만히
나를 살펴보십시오.
온 우주에 나처럼 소중한 존재가
어디 따로 있습니까?
나만큼 중요한 존재가
정말 있습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
가장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든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입니다.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고
아무도 나를 나만큼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남은 나를 그다지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습니다.
괜히 나 혼자 전전긍긍
걱정과 근심의 거미줄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응원하고 격려해야 비로소
내가 오롯이 설 수 있습니다.
그냥 나답게 살면 됩니다.
그래, 이 모습이 바로 나야!
내가 나를 알아주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지고
추락했던 자존감도
이내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산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며
만나서 희로애락을 짓고
애별리고*를 겪습니다.
인생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어떤 사람은 어울림이 좋고
어떤 사람은 껄끄럽고
어떤 사람은 영 마뜩찮습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면 좋겠지만
때로 갈등하고 헤어지더라도
너무 마음 상하지 마세요.
만남과 이별은
수많은 우연과 필연, 숙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도 있는 법이니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인연은
서로 아무리 맞추려 해도
맞춰지지 않아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이별이 그에게도 선,
나에게도 선인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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