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탁월한 사람이다!
1부 평범한 사람들이 탁월한 결과를 거머쥔 배경
1 탁월한 것들의 4가지 특징
특징 1 _ 탁월함은 오래간다
특징 2 _ 탁월함은 다르다
특징 3 _ 탁월함은 아름답다
특징 4 _ 탁월함에는 이야기가 있다
탁월함을 이끄는 특별한 상태
2 평균 이하의 삶에서 출발해 탁월함에 도달하기
천재는 특별한 사람의 것인가?
절대지능에서 상대지능으로
지능만 강조하던 시대는 최근에 불과하다
탁월함의 모델은 변하고 있다
3 탁월함은 상대적 경쟁을 넘어선 것이다
탁월함은 승부를 넘어서는 것부터 시작이다
탁월함은 비교를 넘어서는 것이다
탁월함은 경주가 아닌 보물찾기의 세계다
이제 상자 밖의 혁신이 필요하다
4 탁월함에 대한 탁월한 생각들
서구인의 탁월함에 대한 생각
동양인의 덕과 아레테
자아팽창의 시대, 탁월함의 재발견
탁월함이 너무나도 절실한 코리아
탁월함이 너무나도 절실한 지구
60억 천재가 사는 별, 지구
2부 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조건
1 마음속 거문고를 울리는 눈, 인사이트
패러독스를 읽어내는 인사이트
모순 사이를 파고드는 인사이트
보이지 않는 작용을 보는 인사이트
현미경과 망원경
창조적 융합을 위한 새롭게 보기
2 남들이 뭐라 해도 지켜나간다, 괴짜정신
괴짜가 되는 간단한 방법
왜 괴짜여야 하는가?
스타일링은 탁월함의 조건
스타일링의 요체는 지속성
탁월한 괴짜는 입소문으로 퍼진다
21세기는 I-value 시대
3 넘치도록 채우게 하는 원동력, 결핍
가난과 무학
언어학습능력 결핍
건강 결핍
기능 상실
무료함
기회 박탈
애정 결핍
일부러 결핍을 만들어내는 지혜
4 눈치 없이 한없이 도전한다, 바보정신
재미난 바보 이야기
바보정신 1장 _ 실패해도 상관없다. 무한도전!
바보정신 2장 _ 끝을 모른다. 무한질주!
바보정신 3장 _ 모르는 것이 힘!
지성을 넘어선 바보
5 될 때까지 쉼 없이 지속한다, 계속정신
엉덩이의 힘, 지속력
천재도 이기지 못하는 지속력
직업과 지속력
소명으로 지속한다
인생 오디세이 _ 목표는 깨닫는 것
6 완벽함을 추구하는 정신, 프로의식
프로의 지나침
프로의 책임감
프로의 시뮬레이션 능력
내가 프로라면 어떻게 할까?
프로는 다산한다
프로는 키워낸다
프로는 더하면서 완성한다
7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든다, 인문학적 성찰
인문 결핍 증후군
HDS 증상 1 _ 이야기는 없고 일만 있다
HDS 증상 2 _ 감동은 없고 감탄만 있다
HDS 증상 3 _ 문화는 없고 문명만 있다
간이 처방 1 _ 질문은 인문에서
간이 처방 2 _ 학문 간 소통을 위한 즐거운 만남
제대로 된 처방
3부 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실행도구 7가지
1 항상 휴대해야 하는 강력한 도구, 노트
노트는 어디서나 일하게 해주는 도구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좋고, 하이브리드는 더 좋다
노트는 애인이다
노트는 뇌를 청소한다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노트
노트의 여백
산더미 같은 노트로 승리한 사람들
2 도시 속의 특별한 수도원, 도서관
침묵 공간
높은 천장과 벽을 가득 채운 장서
구마토리의 전문 사서
도서관 지하의 특별한 공간
손안의 도서관
최고의 고급정보는 사람이다
3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도구, 편지
소통능력이 힘이다
편지로 쓰는 일기
편지로 소통한 학자, 다윈
문서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난다
편지로 성장한다
소통으로 리드한다
4 최고인 그들처럼 연기하자, 멘토와 평전
최고를 추격해야 한다
인물탐구와 흉내 내기
질투하며 흉내 냈던 많은 시간들
겸손이 아닌 오만이 필요하다
청출어람의 전략
5 창조의 순간을 만들어내자, 특별한 시간
죽은 시간과 썩는 재능
청개구리 클럽
집중과 몰아치기를 배워라
구별된 시간을 만들어라
6 숨어서 나만의 것을 생산하자, 작업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
그들의 작업실, 서재
이노베이터의 작업실, 차고와 지하실
월세라도 내서 작업실을 만들자
나의 작업실
공간이 말하게 하라, 소품
공간의 집적도와 창조
7 스트레스 가득한 뇌를 청소하자, 휴식
결국 뇌다
스트레스를 날리는 탁월한 휴식
엉뚱한 취미의 유익
강력한 휴식과 창조, 여행
휴식할 곳이 없다면, 지금 여기서 휴식하라
휴식의 소도구들을 마련하자
휴식이 주는 재창조
선휴식, 후작업의 전략
슬럼프를 건너는 휴식
에필로그_탁월함은 용기 있는 평범한 사람의 것이다
『평범한 그들은 어떻게 탁월해졌을까』 저자와의 인터뷰
탁월함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 진정한 자유는 없다고 했다. 타인의 속박이 사라지면 자기 스스로 자신을 속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천재 과학자는 헝클어진 머리에 양말도 안 신고 다니며 격식을 초월한 자유를 누린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꽤나 괴롭혔다. 그는 책상에 앉아 방정식을 쓰다 숨을 거두었다. 사망 직전까지 스스로 부과한 노동을 했던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부러워할 수도 있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류는 이렇게 탁월한 사람들 덕분에 발전해왔다. 하루를 살아가기도 벅찬 한 개인이 인류의 발전에 막중한 책임을 질 것까지야 없겠지만, 이들의 탁월함 덕분에 세상이 변해왔기에 고맙게 생각한다. 탁월함은 종종 ‘덕德’으로 번역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사용하는 덕은 탁월함보다는 ‘베풂’을 의미한다. 그래서 탁월함과 관련해서 서구인들과 우리 사이에 지리적 간극이 제법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덕은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의되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친덕을, 자식은 부모에게 효덕을, 임금은 신하에게 인덕을, 신하는 임금에게 충덕을, 친구끼리는 신덕을 베풀어야 했다. 우리의 탁월함인 덕은 그렇게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반면에 서구인의 탁월함은 그 존재가 자기 자신의 목적과 기능에 걸맞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책상의 탁월함, 휴지의 탁월함, 청소부의 탁월함’과 같이 탁월함은 모든 존재에 붙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탁월함이란 무엇이든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탁월함의 평등주의적 해석은 처음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탁월함은 비교와 평가라는 체제 속에 들어가서 무엇인가를 능가하는 것을 지칭하게 되었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그런 어떤 것이 되고 말았다.
‘좋다, 대단하다, 위대하다’를 넘어서 ‘탁월하다’가 있다고 생각한다. 칭찬 수사의 최고 위치에 이 단어를 두게 되면 “위대함을 넘어 탁월함으로”와 같은 구호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의 탁월함이 바로 자기 자신의 목적과 기능을 다하는 것에 있다면, 그 탁월함은 곧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나 가진 것이 많더라도, 자기답지 않다면 그 사람은 탁월한 사람이 아니다.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은 탁월하다. 문어는 문어다워야 하고 꼴뚜기는 꼴뚜기다워야 한다. 닭 같은 문어, 비둘기 같은 꼴뚜기는 돌연변이에 불과하다.
탁월함은 시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졌지만, 유사 이래로 최대의 자아팽창이 일어나는 글로벌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탁월함은 바로 ‘자기다움의 추구’다. 누구나 탁월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탁월한 개인들이 모일 때 다양한 고유성의 융합이 일어날 것이고, 엄청난 창조를 이룰 것이다.
개방형 창조와 혁신이 요청되는 융합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창조의 원소는 이 책을 읽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바로 당신이다. 개방형 혁신은 도저히 평가가 불가능한 특이한 개인들의 집단지성으로 기존의 사고방식을 넘어설 것이다.
자기다운 탁월한 개인은 만들어진 미래를 수용하기보다 스스로 미래를 개척한다. 만들어진 틀이 자기다움을 부정한다면, 차라리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다움은 창조력이라는 탁월함과 동의어가 된다. 세상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새로운 시도들을 감행하고, 타인의 눈에 의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이미 이러한 자기다움의 길을 걸어간 선배들이 있다. 타인의 눈에 실패자로 낙인 찍혔던 스티브 잡스가 그랬고, 빌 게이츠가 그랬다. 학교에 갈 수 없어 20세가 다 될 때까지 어머니한테 교육을 받았던 에디슨이 그랬다. 이들 모두가 20대 초반에 사회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내일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적어도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을 했다고 으쓱거리지 않았고,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는 타인의 평가 기준에 불과했고, 그들은 언제나 자기다웠다.
자기다운 사람은 아무리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다. 현대사회의 피곤증은 자기답지 않은 일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종이 한 장을 드는 것도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자기다운 일을 하는 사람은 태산을 옮기고 나서도 또 일이 하고 싶어 아침에 벌떡 일어난다.
이 책은 1부에서 경기장과 경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경기장의 승자에게는 최고라는 찬사가 붙는다. 우리가 올림픽이나 노벨상 정도로 권위를 인정하는 여러 시험들은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이라는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시험에서 최고가 되면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미 이런 시험과 무관한 골프나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생소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무슨 경기란 말인가? 경기장 밖의 경기에서 활짝 핀 세계 최고들이 시험의 달인들을 기죽게 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경기의 룰조차 없는 이상한 게임이 여기저기에서 만발하고 있다. 1등을 넘어선 어떤 위대한 것, 바로 그것이 탁월한 것이다. 즉 탁월함은 비교를 넘어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탁월한 결과를 거머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비밀이 있었다.
어떤 과학자는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하고 수학은 더하기 빼기밖에 못했다. 그런 악조건에서 그는 간신히 실험실 명맥만 유지한 것이 아니라, 왕립학술원의 회원이 되고 오늘날에도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지독한 근시인 데다가 걸어 다니는 종합 병동이었다. 어떤 사람은 몹시도 교활하고 비루했다. 그들의 뇌가 어땠는지 무덤에서 불러내 조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삶의 조건에서 평범함이라는 단어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큰 힘이 들지 않는다.
평범한 그들이 탁월한 무엇을 이루었다면 그 조건은 무엇일까? 2부에서 그들이 가슴에 품고 다닌 마음의 눈, 남들이 뭐라 해도 지켜나간 괴짜 기질, 유독 부족해서 늘 허기졌던 어떤 결핍, 눈치가 없어 한없이 도전하는 바보 마음, 될 때까지 지속하는 끈기, 높은 기준과 노력을 하게 하는 프로의식, 가치를 분별하는 인문정신을 예로 들었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는 식의 두뇌개발과는 다른 것들로 대부분 마음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마음먹고 생활에서 실천하다 보면 몸에 체득될 것들이다.
기질변화에 덧붙여 3부에서는 도움을 줄 도구들도 나열했다. 도구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각성시키고, 지속시키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필요한 도구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로 한없이 기록하고 생각을 연결하는 노트,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 소통을 위한 편지, 최고를 흉내 낼 멘토, 계시와 영감을 얻어내는 특별한 시간, 숨어서 생산할 혼자만의 작업실, 창조력의 충전을 위한 휴식과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것들을 소개했다. 모두가 경험하는 일상이지만, 번득 스쳐가는 위대한 착상을 갈무리하고 키워내 마침내 결과로 드러내는 구조를 생활 속에 만들어놓은 것을 이야기했다.
이 책은 경쟁에서 이기는 비법이 도배하다시피 했던 시절과 갑자기 힐링이 대세가 되어버린 전환기에 써졌다. 경쟁과 성과의 평가로 수험생, 구직자, 직장인, 최고경영자 등 모두가 지쳐가는 현실을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정확히 진단했다. 아무런 병균이 없는데 스스로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고 있는 것이다. 멈춤과 쉼, 배려 등 이 모든 것이 필요해졌다. 물론 피로사회를 극복할 대안으로 마음치료를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는 누구나 탁월해질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입증하는 것을 제안한다.
누구나 탁월해질 수 있다고? 무슨 대단한 비법을 갖고 있는 마법사 같은 소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탁월함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로 인한 사회적 공해를 털어내자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탁월하게 살면 된다는 소박한 실천의지만 갖는다면, 우리는 여유 있게 피로사회를 극복할 수 있고 창조적인 나라를 구축할 수 있다.
탁월함과 관련된 오해는 타인과의 비교논리에서 나왔다. 타인과 비교해서 우위를 점하는 상대적인 탁월함과 행복은 불안하고 피곤하다. 탁월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 즉 절대적인 가치인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개인적으로 특이한 것이다. 18세기에 발명된 행복happiness이 이것으로 착각되면서 탁월함도 비교우위와 경쟁에서의 승리로 바뀐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한없이 닦달하는 과거에서 벗어나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인간으로 탄생하는 탁월함을 추구해야 한다.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발휘하는 하루하루의 삶이 탁월한 것이다. 탁월함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래서 탁월함은 그 사람의 습관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과감히 피로사회를 뛰쳐 나와 자기다움의 탁월성에 입각한 창조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소수의 천재가 모두를 먹여 살리는 지구가 아니라, 60억 명의 천재가 사는 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최고의 선을 뿜어내 개방형 혁신과 창조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재영
우리 마음에는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것은 섬일 수도 있고 나라일 수도 있다. 신기한 나라에는 신기한 사람들이 산다.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 들어간 원더랜드나 걸리버가 돌아다닌 나라들도 그렇다. 쿠빌라이 칸에게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이야기하는 이상한 도시도 비슷하다. 있지도 않은 가공의 나라를 지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상적인 나라가 하나씩 있다. 그 나라에 가보고 싶다.
신기한 나라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현실의 소수자가 다수가 되면 된다. 걸리버 여행기에는 현실에 없는 소인들과 현실에 없는 엄청난 거인, 현실에 없는 관념을 가진 학자들, 교양과 덕을 갖춘 가축이 지배하는 나라가 등장한다. 만일 탁월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걸리버가 들렀다는 바르니바비 왕국의 하늘에 떠다니는 섬 바류타 같은 곳일까? 우리는 라파엘로의 명화 <아테네 학당>과 같은 모습을 연상하거나 학자들의 창백하고 근엄한 표정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반바지를 입고 한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콜라를 마시며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도 있다. 항상 바보라고 무시했던 이웃집 아저씨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유명한 사람들도 많다.
이 나라에 들어선 당신은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했던 것처럼 왕궁의 불을 오줌으로 끈다거나 하는 영웅적 행동을 할 필요도 없고, 거인국에서 당했던 것처럼 볼거리가 될 위험도 없다. 별다른 노력 없이 당신은 그들과 잘 지낼 것이고 심지어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아마 그들은 당신을 친구로 삼고 싶어 안달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당신에게 탁월한 엑셀랜드excelland의 시민으로서 살아갈 길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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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을 알려면 탁월한 것들을 둘러보아야 한다.
‘탁월한 그림, 탁월한 음악, 탁월한 발견….’
이런 것들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 아직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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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함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무엇이든 그 목적이나 기능에 합치한 것을 탁월하다고 했으며 이를 ‘아레테arete’라고 표현했다. 그러니 탁월함은 그 대상에 따라 각각 다를 수밖에 없었다. 주전자의 탁월함, 당나귀의 탁월함, 왕의 탁월함 등 각각 다르지만, 그리스인들은 세상의 주체로서 인간을 두었으므로 인간의 탁월함에 큰 관심을 두었다.
인간의 아레테는 그들의 영웅신화에 잘 나타나는데, 후일 로마인들은 영웅의 용맹함을 칭송하면서 비르투스virtus라고 탁월함을 이해했다. 이 비르투스는 덕德, virtue이라는 단어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뿌리를 둔 덕보다는 다른 의미의 덕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덕과 탁월함은 서로 의미상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덕보다는 탁월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탁월함을 무엇이라고 정확히 정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자면 앞서 말한 다양한 시대적 사상을 동서양을 넘나들며 고찰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과 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의 의미까지를 말하자면 매우 무거워진다. 또한 사실 이런저런 배경을 몰라도 이미 사용해온 바가 있어 대략 알고 있는 개념에서 큰 차이를 못 발견하게 될 경우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잘못하다가는 지식의 숲을 헤매다가 길을 잃어버려 당초 갖고 있던 개념조차 혼미해질 수가 있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의 책들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념을 더욱 깊게 파고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유혹도 있다. 하지만 탁월한 것들의 특징을 일단 가볍게 둘러보고 우리에게 탁월함이 어떻게 왜곡된 개념으로 다가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새 우리는 탁월함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가 될 것이고, 탁월함의 세계가 가진 특징을 둘러보고 나면 비로소 탁월함과 관련한 동서양의 역사 속에 담긴 흔적들을 살펴볼 여유가 생길 것 같다. 그 때 마침내 우리는 오늘 우리가 선 자리, 더 나아가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탁월함의 요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실 행복한 인생을 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행복은 태초부터 인간이 추구할 탁월한 삶의 목표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이 18세기 사람들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들여다보고 나서는 불행해서 자살을 하는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눈치챌 것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을 이렇다 저렇다 정의하기에 앞서 먼저 탁월함의 특징을 살펴보자.
탁월한 것은 탁월한 인생의 유한함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탁월한 것은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에게 가치를 주었으나 탁월한 사람을 소유할 길은 없다. 한평생 살면서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거기에 더해 탁월한 것까지 만들어낸다면 더더욱 위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는 탁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보다는 탁월한 것을 만들어낸 탁월한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알 수 있도록 잘 알려진 탁월한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지라도 탁월한 것을 만들어낼 잠재력을 갖춘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데이터가 있다. 인류는 역사책에 수많은 탁월한 것과 탁월한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좋음을 넘어 위대함으로”라는 구호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좋은 회사를 넘어 위대한 회사로” 혹은 “좋은 국가를 넘어 위대한 국가로”와 같은 구호가 가슴을 뛰게 한다. 스포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순간에 우리는 “위대한 조국”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는 잠깐 반짝하는 기업이 아니라 장구한 세월 동안 인정받는 기업이 위대하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탁월함을 유지하는 것에 위대함의 점수를 준다면, 위대한 제국은 이집트나 신라와 같은 나라일 것이다. 천년 이상을 유지한 국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위대하다고 하는 로마제국도 분열의 역사가 있다. 잠시 세계를 제패했지만 금세 사라진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면에서 생존 능력은 위대함의 조건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짧은 인생을 넘어 세대를 초월한 것은 분명 탁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불멸의 존재라고 부른다. 많은 금속 중에 금은 참으로 탁월한 금속이다. 천년을 무덤 속에서 잠자고 있어도 영롱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녹슬어 삭아 없어지지 않는 그 영원성 때문에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드는 비법을 탐구했다.
짧은 생을 살다 가지만 그 종족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생물도 탁월한 종이다. 우리는 화석생물이라고 불리는 생물을 오늘날에도 발견할 수 있다. 잠자리와 같은 곤충은 화석의 모습이나 오늘의 모습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환경이 수없이 바뀌었을 텐데도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종種이 탁월한 설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어도 그렇고 상어도 그렇다. 이들은 정말 오랜 세월을 별로 변한 것 없이 잘살고 있는 종이다.
변치 않는 것의 탁월함은 영원한 삶을 동경하는 마음이나 녹슬지 않는 불멸의 존재들을 귀하게 여기는 것에도 나타나 있다. 인간의 가치 가운데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변치 않는 것을 탐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역시 인문학의 탁월함의 요체도 변치 않음에 있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들도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방정식 속의 불변항invariance을 꼽았다. 그는 우주에서 빛의 속도를 불변의 기준으로 두고 상대성 이론을 구성했다. 변치 않는 가치는 탁월함의 가장 큰 상징이다.
탁월한 것은 길기도 해야 하지만 흔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비슷비슷한 것을 아류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음식점이 원조 경쟁을 하는 것도 적어도 우리가 처음이라는 다름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달라야 탁월하다. 달라지려면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파괴해야 한다. 그래야 다름이 탄생한다.
우리는 이 다름을 바람風으로 불러왔다. 집집마다 다름을 가풍이라고 했고, 서당마다 서로 다른 학풍을 지녔다. 정보의 시대인 오늘날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긴 해도 너무나 빨리 서로 모방을 해 그저 그런 상태가 되고 만다. 벤치마킹을 한다고 돌아다녀서 고작 얻는 것은 다들 고만고만하다는 생각만 들게 하는 것뿐이다. 예전에는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다름이 탄생했다. 중국은 무술도 지방에 따라 다른데, 북부 지방은 직선운동을 기반으로 하지만 남부 지방은 원운동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다름은 많은 변종을 만들어내고, 그 다양한 무술은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되었다.
다름은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영향력이 크려면 정말 큰 다름이 있어야만 한다.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며 나아갈 때 다름이 탄생한다. 그 길은 험하고 위험하다. 남이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만, 길을 만들면서 가려면 단 몇 발자국이더라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기도 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전혀 다른 무엇인가가 탄생하게 마련이다. 그 고유성으로 수많은 모방자를 양산할 원조가 되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여기서 유비쿼터스는 어디에나 있는 것을 말한다. 요즘의 스마트폰을 보면 그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길거리 사진을 찍으면 즉석에서 온갖 정보가 나타난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찍었을 때 그 사람의 신상명세가 나오면 앞으로 사기당할 일은 적어지겠지만,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너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무엇이 적절할까? “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라는 표현에서 지천은 ‘매우 흔하다.’라는 뜻과 ‘지극히 천하다.’라는 뜻이 있는 말이다. 왜 천할까? 하도 많아서 천하다는 말이다. 흔하면 천하다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다. 또한 어김없이 그런 존재에는 ‘개’자를 붙여서 천함을 표시했다. 가을이 다가오면 피어나는 꽃 중에 개망초가 있다. 어릴 적 흔히 계란꽃이라고 부르던 그 꽃 말이다. 조그맣고 가운데는 계란 노른자처럼 동그랗게 노란 꽃술이 있고, 주변으로 계란의 흰자처럼 꽃잎이 가지런한 앙증맞은 꽃이다. 들판에 하도 많이 피니 사람들이 ‘개’자를 붙여놓았다.
흔한 것은 그저 배경이 될 뿐이다. 개망초가 가득한 들판에 노란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면 단연 눈에 들어온다. 그 다름이 탁월함을 일깨운다. 군계일학이란 말도 탁월함을 표현하는 좋은 말이다. 『미운 오리새끼』라는 동화는 다름으로 인해 오리들에게 놀림을 받던 그 미운 오리가 사실은 백조였다는 이야기다. 탁월한 것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흔치 않다. 그래서 오해도 받고 놀림도 받는다.
도예가는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살피다가 한순간에 망치로 부순다. 자신이 정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도자기를 깨트리는 행동에는 탁월함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수많은 도자기들 중에 일부가 남는 것이다.
이제 탁월함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집단지성의 힘을 이야기해보자. 집단지성의 요체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갖는 개개인들이 활발한 토론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다. 모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얼마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과 견해가 모이느냐가 중요하다. 서로 눈길만 주어도 의견이 일치를 보는 그런 집단은 집단지성이 아니라 단일지성에 불과하다. 일사불란한 위계질서를 갖는 조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름이 창조성을 갖는다. 다름은 위기를 극복해낼 적응성과 대안을 구축한다. 그래서 탁월한 조직은 다름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개방형 플랫폼을 갖는다. 저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고 전문성이 다를 때 엄청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단지성이 작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 탁월한 아이디어를 내는 요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정보통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그리스의 광장, 18세기 유럽의 살롱과 같은 것이 미약하게나마 그 역할을 했을 뿐이다. 탁월함에는 다름이 있고, 그 다름은 수많은 다름이 수용될 때 이루어진다.
삼라만상을 3요소의 조합으로 이해하는 삼위일체적인 생각의 틀이 있다. 빛의 3요소는 빨강·초록·파랑이고, 색의 3요소는 빨강·파랑·노랑이다. 우리 인간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탁월한 것의 3요소로 진실성, 착함, 아름다움을 들 수 있다. 미인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한 명만 뽑는 것이 아니라 진·선·미 3명을 뽑고, 이 3가지가 합쳐진 경우를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한다. 신라에서 진덕과 선덕은 여왕의 칭호가 붙었지만 미덕은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한 명의 여왕이 더 있었지만 진성여왕이라는 칭호가 붙어서 미덕여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 즉 미의식은 시대의 특징을 결정하고 문화를 결정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미의식을 이해할 때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자연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아름다움beauty과 단순성simplicity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연은 그토록 복잡하고 오묘하지만 그 질서의 내면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아인슈타인이 만든 에너지 방정식이 얼마나 간단명료한지 살펴보면, 그가 평생 자연의 단순한 아름다움에 심취한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믿음·소망·사랑이 기독교인의 탁월함 3요소라면 그 중의 첫째는 사랑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진·선·미 중에서 아름다움은 진실과 선함을 모두 포함한다. 아름다움은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악함을 포함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진실을 위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아름다움은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진성과 선성을 고루 갖춘 아름다움이 탁월함의 요체가 된다.
탁월한 것은 대부분 완성도가 매우 높다. 독창성이나 기능성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갖추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인 자동차만 봐도 그렇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동차에 점차 지식이 들어가, 자동차의 모양도 변해왔다. 초기의 자동차는 마차를 개조한 형태였으나 점차 세련된 모습의 자동차들이 탄생했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자동차도 나왔다. 하지만 자동차가 달릴 때 자동차에 걸리는 공기의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항공공학적 설계가 나오면서 자동차의 외형은 거의 비슷해졌다. 그러한 와중에도 수십 년간 자신의 모습을 유지해온 디자인이 있다. 풍뎅이를 연상케 하는 ‘비틀’이나 ‘미니쿠페’가 그렇다. 미니쿠페 같은 경우는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자동차 엔지니어가 기능에 충실하게 설계한 것이지만 그 앙증맞고 독특한 외관 덕에 사람들한테 꾸준히 사랑받는 명품이 되었다. 큰 변화 없이 오래가는 디자인의 배경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미의식이 있다.
아름다움을 구축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공예다. 아름다운 표면을 만들기 위해 폴리싱을 하는 장인의 끝없는 손놀림과 땀방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석을 세공하건 은장도를 만들건 나전칠기 문양을 새기건, 우리의 전통 문화재에는 장인의 온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정성이 있기에 흠이 없는 작품이 탄생한다. 기계가 만든 것과는 천지 차이다. 그 완성도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귀한 다이아몬드라 하더라도 보석 세공인이 정확하게 다이아몬드 커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들어온 빛을 형언할 수 없는 형태로 반사시키는 진정한 보석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탁월한 물건에도 아름다움을 이루어줄 완성을 향한 최고의 노력이 들어 있듯, 탁월한 인생도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방울이 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아름다움을 위한 세공의 과정이 완성도를 높인다. 그것은 우리의 미의식에 어느 정도 일치한다.
백자의 탁월함은 백자보다 백자에 담긴 내용물을 더 빛나게 해주는 담백함이다. 그 담백함은 우리의 미의식에 있다. 한복이나 버선볼의 탁월함은 그 곡선의 부드러움과 두터움이다. 김치나 장의 탁월함은 날것을 삭여내는 곰삭음에 있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사용하는 물건마다 미의식이 담겨 있고, 미의식을 형성한다. 사물과 마음의 상호작용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미의식은 우리 문화의 탁월함의 요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사물이 달라지고 가치관도 달라진다. 우리 미의식의 원형이 얼마나 변해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우리 문화의 탁월성을 더욱 높이는지 혹은 무너뜨리고 있는지 바로 알아낼 길은 없다.
미의식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나는 중국의 첨단 과학시설을 살펴보고 연구 협정을 맺기 위해 상하이에 간 적이 있다. 중국과학원에서 만든 상하이의 초超고출력 레이저 장치는 세계 3위의 거대한 레이저다. 이 레이저 장치는 핵융합원자로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방위용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이렇게 레이저를 견학하고 방문한 영빈관은 아주 오래된 유적처럼 보였다. 마치 경복궁 같은 곳에 들어간 것 같았다. 현판은 너무나 빛이 바래서 간신히 글자를 알아볼 정도였고, 문 손잡이는 녹이 슬어 있었다. 나는 수백 년도 더 되어 보이는 세월의 풍상을 견뎌낸 건물을 두고 “언제 지어졌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연구소장은 지은 지 2년이 되었다고 했다. 애초에 지을 때 아주 오래된 것처럼 앤티크 스타일로 만드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중국인은 ‘오래된 세월’을 미의식의 기준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나는 같은 이유로 일본의 레이저 시설을 보러 갔다. 귀빈들이 일본에 방문하면 일단 들렀다 간다는 연구소에는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 시간에 일식을 먹었다. 머리를 박박 민 주방장은 몇 대째 가업으로 내려오는 가게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이 자신의 인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만족스럽지 못한 물건을 내놓으면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장인들은 완성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직도 첨단 과학에 수공예품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한다. 그들의 정밀가공 실력은 그들의 미의식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마다 서로 다른 미의식을 구축하고, 이것이 독특한 탁월함을 만들어낸다. 탁월함은 그래서 아름답다.
탁월한 것은 그것의 목적과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만족시킨 것이다. 그 목적과 기능은 탁월한 것의 이야기가 된다. 뿐만 아니라 탁월함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이야기가 된다. 모든 이야기에는 구조가 있다. 『홍길동전』이 되었건 『해리 포터』가 되었건 대중적 지지를 받는 이야기의 구조는 비슷하다. 『홍길동전』에는 여러 가지 한계에 봉착한 주인공 홍길동이 등장한다. 그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나가게 된다. 그러다가 스승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개선하고, 새로운 목표를 발견하고, 드디어 새로운 세계로 접어든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와 상반되는 가치와 투쟁하게 되고 마침내 승리를 한다. 홍길동은 다시 귀향을 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탁월한remarkable 제품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가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탁월한 제품이 탄생하기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제품이 존재하고 이들의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자는 방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니던 연구소나 회사를 나오기도 한다. 기적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줄 멘토나 동지를 만나게 되면서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제품은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된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이렇게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소비자와 다른 제품 개발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널리 퍼진다. 탁월한 제품에는 탁월한 개발자가 있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몇 년이 흘렀다. 아직도 애플 컴퓨터나 아이폰에서 스티브 잡스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성능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제 스티브 잡스는 전설이다.
어느 조직에나 전설은 있다. 기업에도 전설적인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한 시대를 열었다. 신화가 되어버린 인물, 신화를 창조하는 인물이 있는 조직은 강하다. 또한 탁월하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영웅의 이야기에 취한다. 한동안 ‘오대영’이라는 별명으로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히딩크 감독은 국민들의 우상이 되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에 감동하는 것은 기록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 덕분이다. 때로는 너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이 있었고, 너무나 힘든 사춘기가 있었다. 여타 평범한 사람들처럼 여린 성정의 젊은이들이 전 세계인들과 경쟁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민족의 탁월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의 몸동작 하나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수없이 다시 보아도 감동으로 다가오는 진실의 드라마가 된다.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인다. 그래서 탁월한 인생을 위해서는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보아야 한다.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의 이야기,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이야기가 일을 이끌기도 한다.
전구를 발명해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에디슨의 이야기는 미국의 대표 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을 탄생시켰다. 최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제너럴일렉트릭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자연과 기술이 상생하는,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방향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바뀐다.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는 이야기를 우리는 ‘비전’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탁월함을 이끌어내든, 탁월함이 전설을 만들어내든 이야기는 탁월함의 요체다. 에밀레종이 단순한 종이 아닌 이유는 그 안에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너무 분한 일이 있어도 분을 삭힐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분을 에너지로 바꾸어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임진왜란을 비롯해서 여러 번의 침략을 당한 이후에 수많은 설화들이 만들어진 것은 우리 민족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등장하는 인물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초야의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이 신통력을 발휘해 왜군을 꼼짝 못하게 물리치는 이야기가 마을마다 있다. 우리 민족이 탁월성을 풀어낸 것이다. 그 중에는 정말 오늘날 들어도 상당히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많다. 숨어 있던 영웅들이 위기가 닥치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등장한다는 평범한 주변인의 역설이 우리의 전승설화에 가득하다.
이야기는 탁월함을 구축한다. 만나봐야 알 수 있는 탁월함도 있지만 말로 전파되는 탁월함이 더 크다. 입소문이 그렇다. 탁월한 제품은 마케팅을 위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퍼져나간다. 소비자들은 화려하고 돈을 많이 들인 광고가 결국은 제품의 가격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믿을 만한 지인이 제품을 직접 써보고 추천해주는 것을 더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광고보다 제품의 탁월성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우리는 탁월한 것을 만든 사람을 천재라고 부른다. 하늘이 준 재능이 있는 사람, 그래서 그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말하는 천재는 사실 하늘이 준 것이라기보다 땅이 식물을 키워내듯 끝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경우가 더 많다. 에디슨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노력으로 천재가 된 사람의 이야기는 매우 많다.
제아무리 재능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탁월함에 이를 길은 없다. 탁월함을 보이려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아니라면 무엇을 만드는 일에는 노동이 필요하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였지만, 노력 없이 저절로 악보가 써진 것은 아니었다. 모차르트는 악보를 베끼는 데만 해도 30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양을 작곡했다. 그저 피아노에 앉아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면 저절로 악보가 써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그의 작곡을 향한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자랑하는 미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죽기 전까지 고작 10년 동안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이 자그마치 1천 점에 달한다. 그의 그림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 그리는 데 할애한 것으로 보여진다. 아마 그림을 모방하는 사람에게 1천 점을 모방하라고 한다면 이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10여 년 동안 부족한 수학을 보충해가면서 일반상대성 이론을 완성하느라 거의 밤잠을 못 자고 엄청난 지적 노동을 했다.
왜 이렇게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엄청난 노동을 했을까? 그들의 노동 강도는 하늘이 준 영감의 강도에 비례한다. 반면에 하늘의 영감을 노동을 하다가 얻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어마어마한 창조를 이루어내는 상태가 있는데, 이를 몰입 모드flow mode라고 한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몰입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위대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서지 모드surge mode에 이르게 된다. 마치 밀물이 몰려들 듯 온갖 창조적 영감이 밀려드는 상태다. 만약 당신이 서지 모드에 들어가면 모차르트나 고흐, 아인슈타인과 같이 대단히 창조적인 천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경험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이야기다. 당시 학생이던 하이젠베르크는 알레르기가 심해져 수업도 듣지 못할 상태가 되었다. 요양을 하려고 시골의 작은 여관을 찾아갔는데, 그를 본 여관 주인은 이 젊은이가 술을 먹고 싸움을 해서 얼굴이 퉁퉁 부은 줄 알았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골 여관에서 그는 갑자기 영감에 충만해졌다. 늘 마음속에서 고민하던 방정식이 풀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아픔을 잊고 노트에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행렬식의 첫 번째 행에서 에너지가 보존되었다. 이 말은 지금 무엇인가 옳은 길로 들어섰다는 표시였다. 하이젠베르크는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꾸 계산을 틀려 모든 것을 완성했을 때는 새벽이었다. 하이젠베르크는 몸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지만 무엇을 이루었다는 마음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뒷산 언덕으로 올라가 풀숲에 조용히 누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았다. 이 이야기는 하이젠베르크의 에세이 『부분과 전체』에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발견의 순간을 “자신의 개성은 해체되고 진리가 인도하는 길로 따라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것을 위대한 연관성과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위대한 연관성은 발견자에게 엄청난 노동을 요청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천재의 집중력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나 이러한 위대한 연관성과 만나면 모두 그렇게 된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만들어지는 것이 더 많다. 탁월한 것의 탄생에는 영감과 노력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것은 해산의 고통과 환희를 의미한다. 탁월한 것을 쉽게 만들어내는 사람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르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과 영역에서 그는 피땀을 흘리고 있다. 그래서 작업실이나 무대 뒤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그 창작의 고통과 지저분함을 가리고 치장된 아름다운 결과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탁월함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에 감탄한다. 그렇지만 그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은 얼마나 완성된 것인지를 나타내는 징표일 뿐이다.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탁월함은 온다. 우리는 그 상호작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탁월한 것을 이루거나 만든 사람을 탁월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논의는 더 나아가기 어렵다. 탁월한 것을 이룬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운이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도 어떻게 해서 그런 탁월한 것이 나왔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길이 없다. 노력 없이 얻어진 재능의 경우는 더 그렇다. 절대음감을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누군가가 음감을 얻기 위해 어떤 수련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살다온 학생에게 영어를 어떻게 잘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영어로 생각을 한다고 말할 뿐이지 특별하게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탁월한 사람은 누구인가? 물건이 만들어진 목적과 기능을 가장 충실히 달성한 것을 탁월한 물건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탁월한 사람이란 탁월한 물건이나 생각을 만들어낸 사람이라기보다 한 사람으로서 그가 세상을 살아갈 목적과 기능을 가장 충실히 달성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다음 2장에서 탁월한 사람들과 관련한 오해를 풀어보고 우리 스스로 탁월함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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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우리의 DNA가 거의 대부분 유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큰 차이를 빚어낸 것처럼
평범하거나 평균 이하의 삶에서
약간의 차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탁월함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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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것을 둘러보았다. 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 제작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자는 탁월한 사람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탁월한 것을 만들면 무조건 탁월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만일 그 탁월한 것을 만든 사람이 우리가 받아들이는 보편적인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실망하고 그를 비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과 그것을 만든 사람을 분리해서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사람에게는 사물과 달리 요청되는 품격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가공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천재로 보이는 모차르트의 부족한 인품과 존경받는 살리에르의 시기심을 이해하게 된다. 신은 왜 저런 누추한 인간에게 천재성을 불어 넣었단 말인가? 하지만 인간의 판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상대적인가? 프랑스 대혁명 당시 흥분한 혁명군은 닥치는 대로 완정에 협력한 사람들을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이 당시 단두대를 발명한 길로틴 박사도 처형되었지만, 세금 징수원이었다는 이유로 위대한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처형된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 그들에게 라부아지에는 죽어 마땅한 악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매우 찬란하다.
탁월한 것을 따라다니며 그것을 만든 사람들을 조사하다 보면 그들에게 분명 탁월한 것을 이룬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