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이 독자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독자의 꿈을 사랑하고,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도구를 세상에 내놓는다.
니체의 인생 수업
초판 1쇄 발행 2024년 7월 5일 | 지은이 프리드히 니체 | 엮은이 강현규 | 옳긴이 김현희
펴낸곳 (주)원앤원콘텐츠그룹 | 펴낸이 강현규·정영훈
편집 안정연·신주식·이지은 | 디자인 최선희
마케팅 김형진·이선미·정채훈 | 경영지원 최향숙
등록번호 제301–2006–001호 | 등록일자 2013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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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9,000원 | ISBN 979-11-6002-898-0 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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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유가 있는 사람은
거의 어떠한 고통도 참을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 엮은이의 말 |
고단한 삶에 지친다면
니체를 읽자!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 쇼펜하우어 열풍과 더불어 니체 열풍이 그치지 않고 여전히 거세게 불고 있다. 과연 독일 철학자 니체의 어떤 메시지가 고단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걸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채우기보다는 비워내 나 자신을 찾아 삶의 위기를 의연하게 이겨내길 당부하는 니체 특유의 디톡스 철학, 생(生) 철학이 고된 우리의 현실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니체는 인간의 삶에서 고통은 오히려 필수적인 것이라 말하며 나답게 의연하게 살아갈 것을, 그리하여 비교하는 삶과 과시하는 삶, 허영심 가득한 삶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한다.
종교, 철학, 도덕 등 하나의 사안에 매몰되어 사고의 유연화를 잃어버리는 것을 질병으로 간주한 니체는 ‘신은 죽었다’ 등 특유의 급진적인 사상으로 현대 철학의 근간을 마련했고,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문헌학자이다.
니체의 사상은 워낙 스펙트럼이 넓어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특히 자신의 철학적 사상들을 풀어나가는 압축적이고 강렬한 글쓰기 방식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인 인상이 강해 다른 철학자들의 무미건조하고 난해한 저서에 비해 일반인도 접근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니체는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의 영향, 그리고 이들과의 정신적인 결별을 통해 특유의 철학 세계를 구축하면서 독창적인 문장가이자 진정한 사상가로 거듭났다. 그는 인간의 내면에는 신을 고양하고 강화하려는 의지가 존재하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하려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병에 걸리거나 지금의 삶에 대한 권태와 허무에 빠지게 된다고 보았다.
이처럼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면에 존재하는 힘의 의지가 명하는 대로 현재를 뛰어넘어 자유로운 사고와 끊임없는 변화를 갈구하는 니체의 사상에서 오늘날 평범한 시민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노곤하고 힘든 삶에도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니체의 중기 이후의 글들을 묶은 편역서이다. 니체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히며 세계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1978)』 『여러 의견들과 잠언들Miscellaneous Maxims And Opinions(1879)』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1880)』 『아침놀Morgenrothe(1881)』 『즐거운 지식Die fröhliche Wissenschaft(1882)』 『선악의 저편Jenseits von Gut und Böse(1886)』에서 현대인들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엄선했다.
이 편역서를 통해 아무쪼록 니체 인생 철학의 정수를 만끽하길 바란다. 니체의 저작을 완독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니체를 알아가고자 니체의 저작 전부를 읽어내기란 사실 만만치 않다. 아무리 니체가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어렵다고 한들 니체의 철학은 여전히 어렵고, 그만큼 일반인들이 니체의 저작을 직접 다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명확한 목차 자체가 없는 니체 특유의 잠언 스타일 집필방식도 독자의 집중을 방해한다. 이 편역서에서는 6장 체제 목차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고, 원서에는 없던 칼럼 제목들을 일일이 새롭게 달았음을 밝힌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니체의 철학적 사상을 알아가고, 끊임없이 자기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발전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남과 비교하며 위축되지 않고, 걱정과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로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니체를 알기 전의 당신과 니체를 안 후의 삶은 아마도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자연의 모습에서
자신의 닮은 꼴을 발견하라
우리는 자연의 어떤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꼴을 발견하면 기분 좋은 전율을 느낀다. 이것은 가장 아름다운 도플갱어일 것이다. 내내 햇살이 반짝이는 10월의 대기,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장난꾸러기처럼 즐겁게 나부끼는 바람결, 아주 밝으면서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서늘함, 매서운 만년설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히 그 옆에 자리잡은 이 고원의 언덕과 호수와 숲이 한데 어우러져 느껴지는 우아하고 진중한 모습,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은빛 색조의 원류인 듯한 곳! 바로 여기 자연의 모습에서 자신의 닮은 꼴을 발견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자연에는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나는 이것에 마음이 끌려. 예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친숙하거든. 마치 피로 이어진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말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여행을 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
우리는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뿌듯한 얼굴로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가 했던 것들을 가리킬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는 여행을 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느 곳에 있든지 간에 항상 집에 있다고 여길 수 있는 거리만큼, 딱 그만큼만 갔기 때문이다.
차라리 침묵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가
황홀한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억누르면서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잃느니 차라리 침묵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가?
인정받기 싫어서 모래에 찍힌 자신들의 발자국을 지우고 또 지우는 사람. 숨어 지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기꺼이 속이는 사람. 불편하지만 때로는 본성이 좋은 사람. 그들을 본 적이 없는가?
경험의 원천이 되는
자기 자신에게 헌신하라
당당한 발걸음과 경건한 믿음으로 지혜의 길로 전진하라!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경험의 원천이 되는 자기 자신에게 헌신하라! 당신의 본질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말라. 자신을 책망하지 말라. 당신에게는 인식으로 향하는 100개의 디딤판이 있는 사다리가 있다. 당신이 체험한 모든 걸 손에 넣어라. 이를테면 혼선, 오류, 착각, 정열, 사랑과 희망 등 당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나타나는 것들 말이다. 이 목표들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이라는 문화의 고리를 이루는 하나의 사슬이 되어 그 과정이 진행되도록 한다. 만약 당신의 눈이 자신의 본질과 인식 안에 숨겨진 어두운 샘의 바닥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밝아졌다면 아마 그곳에 비친 멀리 있는 별들, 즉 미래의 문화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목표를 추구하는 삶은 매우 힘들고 잠시도 편안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가? 그것은 당신이 ‘인식의 꿀보다 더 달콤한 꿀은 없다’는 사실을 아직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드리워진 비애의 구름마저도 당신의 원기를 회복시킬 우유를 짜내는 젖가슴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야 그동안 온 세상을 즐거움으로 지배하는 자연의 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인생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지혜도 쌓여서 늘그막에는 변함없는 정신적 기쁨을 느끼며 온화한 햇빛처럼 빛나게 된다. 결국 당신은 자연이 바라는 대로 인생의 한 산등성이에서 나이와 지혜의 정점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죽음에 안개가 다가올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도 화를 낼 이유가 없어진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빛을 향해 나아갈 테고 인식의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사물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멀리 거리를 두고 봐라
A: 그런데 왜 이렇게 너는 혼자 있는 거야?
B: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친구들을 더 확실히 알 수 있고, 또 친구들을 더 아름답게 보는 것 같아. 내가 음악을 가장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 실제로 나는 그 음악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 사물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멀리 거리를 두고 봐야 할 것 같아.
앞으로도 네가 가는 길은
더 고독하고 험난할 거야
넌 앞으로 나아갔고 아주 높이 올라왔어. 그 확실한 증거가 몇 가지 있는데, 지금 네 주위를 둘러봐. 이전보다 훨씬 광활하고 경치도 훌륭하지. 바람은 전보다 더 서늘하지만, 한결 온화해. 이제 넌 온화함과 따스함을 혼동하지는 않아. 예전에는 어리석게도 그랬었지. 네 발걸음은 더 생기발랄하고 확고해졌어. 더불어 한결 용감해졌고, 사려 깊어졌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네가 가는 길은 더 고독해질 거야. 어쩌면 길은 이전보다 더 험난해질 거야. 그런데 안개 자욱한 골짜기에서 산을 걷고 있는 네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 그건 별로 험난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
오로지 느긋하고 즐겁게 자신과
대화를 나눌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홀로 지내는 데 익숙하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경쟁할 생각도 하지 못하며, 오로지 느긋하고 즐겁게 자신과 대화를 나눌 뿐이다. 정말로 혼자만의 삶을 살면서도 웃을 수 있는 유형인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스스로 다른 이들과 비교해보라고 하면,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법을 배우도록 강요를 받는다.
그러나 설령 이런 식으로 남들에게서 자신을 평가하는 법을 배운다고 해도 이들은 계속해서 그 평가에서 뭔가를 빼거나 깎으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이들은 그냥 혼자 기분 좋게 있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이들이 혼자 있다고 해서 가엽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오지랖을 부리지 마라.
많은 사람 틈바구니에 끼어
그 사람들처럼 살지 말자
A: 너의 사막으로 되돌아갈 거야?
B: 나는 결정이 빠른 사람이 아냐. 내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해. 내 자아의 샘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는 항상 시간이 좀 걸리거든. 참을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래 갈증을 참아야 할 때도 있어. 이런 일은 아주 흔해. 그래서 또 고독하기도 하고. 모두가 마실 수 있는 물통에서 물을 마시지 않으려고 해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해. 많은 사람 틈바구니에 끼어서 그 사람들처럼 살면, 내가 나처럼 생각하지 못하거든. 사람들 틈에서 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마치 사람들이 나를 나 자신에게서 추방하고, 내게서 영혼을 빼앗는 것처럼 여겨져. 그러다 보면 결국 나는 사람들에게 악의를 품게 되고, 또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돼. 이럴 때 나에게 사막이 필요해. 그래야 내가 다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은
깊은 고요다
무엇이든 항상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두고, 자기가 지닌 능력을 모두 서로 조화롭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목표를 정하는 활동은 무엇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마치 음악의 마디를 이루는 동적인 선율이 시작되는 부분도 없이 그냥 길게만 늘어진 조화로운 화음으로 이루어진 음악과 같다. 따라서 조화로운 화음으로만 이루어진 호수 위의 조각배가 다시 새로운 평형을 유지하게 하려면 외부에서 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러한 천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현대인들은 대부분 매우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이들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또 실제로 이들에게서 나올 게 없어도 그냥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각자 개인의 기분에 따라 이런 이상한 의문을 품게 된다. 도대체 왜 선율이 필요한가? 삶이 깊은 호수에 고요히 비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가?
중세에는 이런 천성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보다 많았다. 괴테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은 깊은 고요다. 그 속에서 나는 세상에 역행하며 살고 성장하며, 불과 칼로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을 얻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군중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과 더불어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합창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오, 너희는 자신에게 사기를 치는 가련한 사기꾼이나 다름없다. 너희는 젊고 유능하며 명예욕에 갈급해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항상 자신의 의견을 말할 의무가 있다고 여긴다. 이런 식으로 먼지와 소음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이 역사의 수레를 구성하는 일부라고 믿는다. 너희는 언제나 끼어들어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린다. 너희는 지금도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싶어서 갈망하겠지만, 그러한 업적을 잉태하려면 깊은 침묵이 필요하다. 너희는 그런 침묵을 견뎌낼 수 없으리라. 너희는 자신이 사건을 좇는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날마다 일어나는 사건이 너희를 바람에 나부끼는 왕겨처럼 몰고 가는 것이다, 이 가련한 사기꾼들아! 정말 무대에서 영웅 노릇을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합창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아니, 아예 합창이라는 걸 어떻게 하는지 알아서도 안 된다.
남을 뛰따르는 것도 싫고,
남을 이끄는 것도 싫다
남을 뒤따르는 것도, 남을 이끌고 앞장서 가는 것도 싫다. 남에게 복종? 싫다! 그렇다면 군림? 그것도 싫다!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아무도 두렵게 할 수 없다. 공포를 자아내는 자만이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있다. 내가 나를 이끄는 것, 나는 그 자체부터가 싫다.
나는 숲이나 바다의 동물이라도 된 듯 잠시 잠깐만이라도 나를 잊는 것을 좋아한다.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허튼 생각에 잠겨 있다가, 멀리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나를 유혹해 부르거든 ‘돌아가자’고 스스로 달래야지.
무리에 속하려는
군중 본능에서 벗어나라
매우 양심적인 인간도 “이러한 것은 네가 사는 사회의 미풍양속에 저촉된다”라는 비난을 들으면 마음이 약해진다. 이것이 양심의 가책이다. 제아무리 강한 자도 같은 사회에서 함께 교육받으며 자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조소와 비아냥거림은 두려운 법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일까?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 한 개인이나 한 가지 사안을 단숨에 제압해버리는 가장 합리적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내면에는 무리에 속하려는 군중 본능이 있다.
고독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여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미 우리의 교육과 훈육 방식이 지닌 가장 보편적인 결함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아무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배우지 않고, 고독을 견디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고독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려는 사람도 없다.
저녁의 고즈넉함과
일몰의 고요함을 사랑하라
조용한 사람에게는 ‘무위의 행복’에 깃든 드물고도 기이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너희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그에게는 저녁의 고즈넉함과 일몰의 고요함이 있는데, 열정으로 너무 자주 소진되고 찢기고 중독된 가슴을 안은 사람이라면 그게 무엇인지 알리라.
뭔가를 체험하는 동안에는
오직 거기에만 집중하라
때 아닌 시기에 보려고 하지 마라. 뭔가를 체험하는 동안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그 체험에만 전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체험을 소화하지 못해서 결국 지혜가 아닌 소화불량만 얻은 채 체험의 목격자로 남게 되리라.
지혜를 얻고 싶다면
반드시 직접 체험해야 한다
지혜를 얻고 싶다면 반드시 직접 체험해야 한다. 이는 비유하자면 범의 아가리 속에 직접 뛰어드는 격으로 당연히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심지어 어떤 ‘현자’들은 직접 체험하는 이 과정에서 완전히 탈진해버리고 만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단련을 매일 꾸준히 하라
자그마한 일에도 자제하지 못하면, 큰일에 대한 자제력도 무너지기 쉽다. 그러니 적어도 하루에 한 번 뭔가 사소한 것을 포기하는 단련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 하루를 잘못 사용한 것이고, 이는 그다음 날 하나의 위험이 될 것이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기쁨을 지키고 싶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포기하는 단련을 해야 한다.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져라
깊은 샘에 뭔가가 떨어지면 바닥에 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깊이가 있는 사람도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충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성미 급한 이들이 이렇게 깊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유연성이라곤 없는 뻣뻣한 위인, 심지어는 따분한 사람’이라며 쉽게 평가하곤 한다.
정신이 빈곤한데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영업 사원들이 지닌 가장 큰 편견은 ‘영업해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다. 그 생각에 매진하면 모든 장소와 사회와 호의마저 영업이라는 틀 안에서 보게 되어 정신이 아예 매이게 된다. 영업이라는 일에는 부지런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게으르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처럼 정신이 빈곤한데도 이에 만족하고, ‘만족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앞치마처럼 두른 채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도 자신처럼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오래 지속되는 인식의 상태를
휴식처럼 겪어보라
폭풍이 휘몰아치는 아침처럼 활동적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한낮이 되면 갑자기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상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휴식은 여러 달 혹은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그의 주위는 매우 고요해지며,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태양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의 풀밭에서 잠든 위대한 목양신 판(그리스 신화 속 목축의 신-옮긴이)의 모습이 보인다. 자연의 모든 사물도 목양신과 함께 잠들어 있다. 이들의 얼굴은 마치 영원히 잠든 것처럼 보인다. 이제 그는 아무런 바람도 없고, 아무런 걱정도 없다. 그의 심장은 멈추었고, 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