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인공지능 이야기
초판 1쇄 발행 2024년 7월 15일
전자책 발행 2024년 11월 8일
엮은이|한세희
펴낸곳|(주)태학사
등록|제406-2020-000008호
주소|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217
전화|031-955-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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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www.thaehaksa.com
편집|조윤형 여미숙 김태훈
마케팅|김일신
경영지원|김영지
ⓒ 한세희, 2024, Printed in Korea.
값 12,600원
ISBN 979-11-6810-289-7 03300 (종이책)
ISBN 979-11-6810-319-1 05300 (전자책)
도서출판 날은 (주)태학사의 인문·에세이 브랜드입니다.
책임편집|여미숙
디자인|이유나
이 전자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KPIPA)의 〈2024년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한세희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전자신문》 《동아사이언스》 《지디넷코리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해 가는지 관찰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화두인 지금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편하게 일하고 싶은 욕망과 인공지능이 흉내 내지 못할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 사이를 오가는 중이다. 《디지털 호신술》 《플랫폼 경제 무엇이 문제일까?》 등을 썼고, 《챗GPT, 기회인가 위기인가》를 함께 썼다.
일러두기
• 책명, 신문·잡지명 등은 《 》로, 기사·논문 제목, 단편 글 등은 〈 〉로 표기했습니다.
• 이전 인공지능과 구별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만 ‘생성형 AI’로 표기했습니다.
• 본문의 사진은 대부분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외 저작권 있는 사진이 쓰였다면 저작권자가 확인되는 대로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도 지불하겠습니다.
IT와 과학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기술이 피고 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다 아시다시피 인공지능입니다.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래 세상은 온통 인공지능 이야기뿐입니다.
이전에도 인공지능은 있었지만, 챗GPT는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을 만들어 내놓으니까요. 이전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까워져 인간은 제가 발명해 놓고도 놀라 뒷걸음치는 형국입니다.
저 역시 챗GPT를 놀라며 지켜보는 중입니다. 이참에 인공지능이 이렇게 급격히 발전한 배경은 무엇인지, 이런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와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짚어 보고 있습니다. 이 기술도 한때의 열풍으로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하면서요.
인공지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 70년 넘게 연구돼 왔습니다. 챗GPT는 그 결과물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인공지능 연구는 주목을 받았다 잊혔다를 반복했습니다. 연구 기간 중 세 번의 큰 고비를 겪어 ‘세 번의 겨울을 보냈다’고 표현할 정도지요.
이번 인공지능 열풍은 적어도 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전과 다른 단계에 들어선 인공지능이기 때문이지요. 지금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의력까지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특히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입니다. 사라지는 일자리도 생기고, 인공지능 덕분에 더 주목받는 일자리도 생기겠지요. 지금 좋은 일자리들이 별 매력 없는 일이 될 수도 있고요. 또한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결정에 인공지능이 관여하는 일도 늘어날지 모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우리의 판단을 인공지능에 위임해도 되는지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양육자나 교사 등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자녀나 아이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물을 때 최소한의 지식은 전해 주면 좋겠어서 말입니다. 저만 해도 아이들에게 질문을 곧잘 받고 어떤 질문에는 어찌 설명할지 몰라 진땀을 뺀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받았던 질문, 기자로 일하면서 받은 질문 등을 바탕으로 질문을 엄선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해 보았습니다.
이 책은 인공지능 기원부터 미래까지 인공지능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인공지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이 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얘기합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지 내다보고, 인간과 비슷한 지성을 가진 존재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문제도 소개합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기술 발전이 나의 삶과 밀접함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계기가 되길 빕니다.
숙제를 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 보통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합니다. 알고 싶은 내용이 담긴 사이트를 찾아 내용을 파악하고, 이렇게 얻은 정보 중 가치 있는 것을 골라 재구성합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오래된 신문, 잡지를 뒤져야 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가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학교를 다니거나 관련 지식이 많은 사람을 직접 찾아가야 배울 수 있던 많은 것을 이제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을 만들고 퍼뜨리기 엄청나게 쉬워진 것이죠.
우리는 여전히 더 간편하고 빠른 방법을 찾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아예 컴퓨터가 알아서 정리해 주면 좋지 않을까? 글 쓰는 일이 너무 골치 아프고 어려운데 기계가 ‘대신해 주면 좋을 텐데…. (나는 머릿속 생각을 글로 옮겨 주는 기술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MS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은 글을 쓰거나 회계장부를 정리하는 작업을 무척 빠르고 편리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더라도 MS 워드가 소설을 자동으로 써 주거나, 엑셀이 회사 재무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죠.
과연 그럴까요?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듯합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덕분이죠. 다들 챗GPT니 생성형 AI니 하는 말을 들어 봤을 것입니다. 최근 1, 2년 사이에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픈AI라는 회사에서 만든 챗GPT는 2022년 12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어섰다고 하지요. 역대 인터넷 서비스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오픈AI와 손잡고 있는 MS를 비롯해서 구글과 메타 같은 외국의 유명한 IT 대기업들은 물론, 우리나라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 같은 회사들도 모두 인공지능 사업에 나섰습니다. 미국, 유럽, 우리나라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인공지능을 지원하거나 규제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NVIDIA 같은 회사는 주가가 하도 올라서 시가총액이 세계에서 첫 번째로 높은 기업(2024년 6월 현재)이 되었답니다.
챗GPT가 이렇게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 기계로 자동화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던 일들을 너무나 잘 해냈기 때문입니다. 시를 짓고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 듣도 보도 못한 상상 속 풍경을 그려 내는 인공지능, 신의 존재에 대해 철학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멀리는 산업혁명 이후, 가까이는 최근에 도래한 디지털 시대에도 우리는 이러한 일들은 온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했습니다. 비록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점점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추세이더라도 말이지요.
그런데 생성형 AI가 이런 믿음을 산산이 부수어 버렸습니다. 인공지능이 단지 사람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을 넘어 나보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대화도 더 잘 이어 가고, 음악도 더 잘 만들어 내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생성형 AI는 ‘Generative AI’라는 영어 표현 그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generate’ 인공지능이라는 의미입니다. 글, 그림, 음악이나 영상,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드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어려운 수학 문제도 풀고 신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도 스스로 합니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다른 존재와 구분되는 인간만의 특징 혹은 우월한 점이라고 여기던 것들을 기계도 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지능 혹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문장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낼 뿐, 그 글이나 그림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알지 못하는 것들을 놀라울 정도로 수준 높게 뽑아내는 것뿐이지요. 사람의 말을 아주 능청스럽게 잘 흉내 내는 앵무새에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인공지능 내부에서 어떤 원리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아직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공지능은 연구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생각지 못한 능력을 보여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분야 최전선에서 일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인공지능이 단지 매우 우수한 소프트웨어인지 혹은 사람의 지능이나 의식과 비슷한 무엇(이를 인공일반지능이라고 하는데 뒤에서 자세히 설명한다)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얼마나 발전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우리 삶과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나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기업에서, 정부에서 인공지능은 많은 일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는 일도 일어나겠지요. 이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그리고 저도 해 주고 싶은 말이 많고요.
우리는 모두 아주 성능 좋은 컴퓨터를 한 대씩 손에 들고 있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에 실린 컴퓨터의 램RAM 반도체 용량은 4킬로바이트KB였습니다. 램은 컴퓨터가 빠르게 작동할 수 있게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장치에서 가져와 임시로 보관하다 중앙연산장치CPU에 전달하는 일을 하는 메모리입니다. 4킬로바이트면 이 책의 2쪽 정도의 글자를 저장할 수 있는 양입니다. 현재 아이폰15의 램은 8기가바이트GB니까 용량이 대략 200만 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CPU 처리 속도는 아이폰이 아폴로 11호의 컴퓨터보다 10만 배 이상 빠릅니다. 약 50년 동안 컴퓨터 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지요.
컴퓨터는 현대의 산물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본격적으로 발전했습니다. 2차 대전은 세계 주요 국가들이 두 개의 진영으로 갈라져 총력전을 펼친 전쟁이었습니다. 대전이란 말답게 규모도 아주 컸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했죠. 탄도의 궤적을 계산하거나 군대의 보급과 행정을 처리하는 등 복잡하고 방대한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컴퓨터가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당시 컴퓨터는 커다란 방 하나 크기였습니다. 그러다 점점 작아져 1980년대에 이르면 책상에 올려놓고 쓸 수 있게 됩니다. 이후 들고 다니기 편한 노트북 컴퓨터가 나오고, 2010년 전후로 스마트폰이 나옵니다. 컴퓨터는 점점 작아져 이제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지요.
컴퓨터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가 ‘계산하다’는 뜻의 ‘compute’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컴퓨터의 가장 먼 조상은 최초의 연산장치인 주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만들어져 수천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회계를 하거나 장부 정리 등을 할 때 널리 쓰였습니다. 지금은 계산기,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밀려 거의 쓰지 않지만요.
파스칼 계산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파스칼Pascal은 1642년 기계식 계산기를 만들었습니다. 1에서 9까지 적힌 다이얼 여러 개가 나란히 있고, 자릿수가 올라가면 옆 다이얼로 1이 넘어가는 식이지요. 파스칼이 열여덟 살 때 세무 일을 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거듭 개량해서 유럽 일대에서 쓰였다고 합니다.
파스칼 계산기와 주판은 연산만을 위한 도구였는데,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도구를 생각해 냅니다. 그는 다항식을 계산해 로그함수와 삼각함수 계산도 할 수 있는 차분기관difference engine이라는 기계를 설계했고, 실제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어떤 원리인지 설명을 들어도 너무 어려워 마음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차분기관인 것일까요?(^^) 차분법은 함수의 두 점 사이의 변화량을 이용해서 함수의 변화율을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자세한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니 이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차분법을 사용하면 간단한 덧셈만으로 다항식의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7차 함수까지 계산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19세기는 제국주의 시대였죠. 바닷길을 통한 무역이 세계 경제의 핵심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항해에 필요한 복잡한 수식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장비가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영국 정부도 배비지의 연구에 보조금을 주었습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배비지는 물려받은 유산도 이 기계를 만드는 데 쏟아부었습니다.
차분기관
당연히 당시에는 반도체 같은 것이 없었으니, 복잡한 계산은 모두 톱니바퀴와 기어를 돌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설계대로 만들면 높이 2.4미터에 부품이 2만 5천 개 들어가는 거대하고 정교한 기계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의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분기관은 ‘돈 먹는 하마’가 되었고,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었습니다.
한편 배비지는 차분기관을 만들면서 더 범용적인 계산이 가능한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일정한 규칙을 설정해 원하는 일을 반복해서 수행하는 프로그래밍 개념을 해석기관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해석기관은 연산이 이루어지는 부분과 계산의 중간 결과를 보관하는 부분이 나뉘어 있었고, 패턴에 따라 구멍을 뚫어 입력 도구로 쓸 수 있는 펀치카드도 있었습니다. 연산, 메모리, 프로그램 등 현재 컴퓨터의 기본 구성 요소가 모두 등장한 것입니다.
이 기계는 차분기관보다 더 크고 복잡해서 역시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사람이 손잡이를 돌려 기어를 회전시킬 수 없을 정도로 커서, 이 장치를 가동하기 위한 증기기관까지 설계해야 했습니다.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1991년 런던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은 배비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차분기관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만들어진 기계는 문제없이 잘 작동했다고 합니다. 해석기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배비지의 동료 연구자였던 귀족 부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는 실체도 없는 해석기관의 작동 방식만 가지고 해석기관에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습니다. 러브레이스는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인 것이지요.
20세기 초에는 현재 컴퓨터의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가 확립됩니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은 1936년 튜링 머신Turing Machine이라는 가상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생각하는 기계’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나온 것이지요. 이 기계는 여러 칸에 각기 다른 기호와 행동 지침이 새겨져 있는 긴 테이프와 이 테이프에 담긴 정보를 처리하는 헤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헤드는 기계 안으로 들어온 테이프의 기호를 읽어 들입니다. 이때 기호에 따라 기계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2번째 칸에 ‘1’이란 기호가 있으면 이를 ‘0’으로 고치고 7번째 칸으로 이동하기로 한다는 식으로 미리 약속을 입력해 두는 것이지요. 이런 논리적인 움직임을 통해 기계가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 튜링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기계의 헤드는 CPU, 테이프는 저장장치, 정해진 약속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합니다.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가 거의 그대로 그의 생각에 담겨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역시 현재 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연산장치와 저장장치(메모리)를 분리해 두고, 연산할 때 명령어와 데이터를 저장장치에서 ‘버스’라는 통로를 통해 불러오는 방식입니다. 지금의 컴퓨터는 주요한 프로그램과 데이터는 하드디스크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solid–state drive 같은 저장장치에 두고 CPU에서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불러다 쓰는 방식이지요. 자주 쓰거나 현재 하는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는 더 빨리 CPU에 공급할 수 있게 D램 반도체로 만들어진 램에 올려두는 방식을 쓰고 있고요. 폰 노이만 구조에 바탕을 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컴퓨터가 탄생했습니다.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에니악ENIAC,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이 만든 마크 IIMark II 같은 컴퓨터들이 나왔습니다. 마크 II는 110평이 넘는 공간을 차지하고 무게는 25톤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초기 컴퓨터들은 방 하나, 집 하나를 차지할 만큼 컸고, 완전히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컴퓨터의 효용을 보여 줄 정도는 되었습니다. 튜링과 폰 노이만 등이 컴퓨터 구조와 작동 원리를 제시하고, 트랜지스터 반도체가 발명되면서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컴퓨터를 사용해서 인간과 같은 지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56년 여름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존 매카시John McCarthy 교수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교수 등 컴퓨터 분야에서 손가락을 꼽는 연구자들이 다트머스 대학교에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인간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체계를 연구하는 ‘인공지능’이라는 학문 분야가 처음 등장합니다. 당시만 해도 여름 한철 머리를 맞대면 주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20년 후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도 있었답니다. 약 7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을 보면, 다트머스 회의는 실제로는 아주 먼 길의 첫걸음이었던 셈이지요.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존 매카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마빈 민스키(오른쪽에서 네 번째)
이 시기가 인공지능 연구의 태동기이자 1차 황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론이나 탐색 같은 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