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1961년부터 1963년까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학부생에게 기초 물리학을 강의했는데, 워낙 독창적인 내용이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학부생의 수강은 줄어드는 반면 대학원생과 교수의 청강이 늘어났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 강의록을 책으로 엮은 일명 ‘빨간 책’은 내용도 어려울뿐더러 시장성도 의문시되어 국내 출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오랫동안 간주되었다. 하지만 수학 강사 출신의 한승기 대표가 그 번역서를 내려는 열망으로 무작정 출판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생겨난 승산출판사는 이 책을 비롯해 숱한 교양 과학 서적을 내놓으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아직도 출판계에서는 한 사람의 고집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라 할 만하다.
박중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