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절대 낙원이 아니야." 전 권 <미르난데의 아이들>이 황폐화된 지구를 벗어나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어엿한 전사가 된 아이들이 우승자의 영예를 안고 화성으로 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화성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르난데 특별전. 낯선 천국에서 참가하는 마지막 가상현실게임. 그 아름답고 기이한 세상이 바로 지금 시작된다.
탄생과 소멸, 그리고 삶의 기쁨과 슬픔 첫 번째 에세이 ‘가문비나무의 갱신’에서 마지막 작품 ‘포플러’가 집필되기까지 13년 6개월. 말년의 작가가 북쪽 홋카이도에서 저 남쪽 야쿠시마까지 나무를 찾아 정성껏 기록하고 오롯이 새긴 감동을 전한다. 한 생명 곁에 머문 시간의 기록은 내내 다감하며 오묘하다. 저마다의 나무 이야기 속엔 삶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숨어 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머리맡에 놓인 작은 등을 켜고 읽는 바로 그 책.
<빈곤 과정> 인류학자 조문영 신작 어떤 세계들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와 부대끼며 공존한다. 그 부대낌이 불편해 있던 곳을 떠나와도, 그것들은 모습을 바꾸어 끊임없이 재출현한다. 인류학자 조문영은 생활에서 사회적 고통의 얽힘을 발견하고 바로 그 얽힘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연루의 감각으로 더 단단한 이해와 더 책임 있는 비판을 시도한다. 지금 한국 사회의 민중들의 도달한 '연결'과 연대의 감각도 이렇게 공명하는 것이 아닐까. 섣부르게 희망을 말하지 않는, 조문영의 칼럼을 만나본다.
제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20주년 기념 개정판
‘서초동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빈민촌. 비닐과 보온용 덮개를 덕지덕지 덮어씌운 길쭉한 하우스 한 동에 보통 네댓 집이 칸을 막고 사는 이곳에 이사를 온 윤제.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은 윤제의 집을 방문하겠다 하고, 윤제는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할 수 없어 점차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된다. 이는 가출로 이어지고 윤제는 점점 범죄의 나락에 빠져드는데….
또다시 떠나야만 했던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집이자 인생의 재도약 터였던 비닐하우스촌. 오늘날 켜켜이 쌓인 건물들 아래로 이제는 그 자취를 감춘 그곳을, 작가는 힘 있는 문장으로 다시 한번 꺼내 소설 위로 들어다 놓는다.
기억을 회고록으로, 아이디어를 에세이로, 삶을 문학으로 담는 법 자서전이나 수필, 회고록 등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모으고, 모은 생각을 글로 끌어내고, 또한 그 글을 쓰고 다듬는 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기억나는 동네의 지도 그려보기부터 오래된 사진에서 이야기 끄집어내기, 공개적으로 편지 쓰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저자인 빌 루어바흐 교수는 창조적 논픽션에 몸담은 모든 작가가 아이디어를 불러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소개하며 내 삶의 이야기가 얼마나 멋진 글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문학이 그리는 빈곤한 세계 '남류문학'이란 '여류문학'이라는 낡은 명명에 맞서는 이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오 도시오… 일본 문학을 대표해 온 남성 작가들을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거울 앞에 세운다면 어떤 모습이 비칠까. 일본을 대표하는 젠더 연구가 우에노 지즈코, 소설가 도미오카 다에코, 심리학자 오구라 지카코가 근대문학사의 쟁쟁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겁 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이를 '남류문학론'이라 이름 붙였다. 세 여자는 남성 중심적인 텍스트로 유명세를 얻은 '남류작가'는 물론이고 이들을 비판 없이 떠받드는 '남류평론가', 다른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문단까지 가차 없이 비판한다.
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 끝나지 않는 노동, 부실한 휴식, 부업과 자기계발의 압박, 그럼에도 불안정한 미래와 함께 불안과 무기력 속에서 인터넷 서핑과 소비로 대신하는 여가...... 왜 누군가는 충분한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다른 누군가는 밥벌이에 인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가? 소수의 부를 위해 다수의 시간을 노동에 몰아넣은 자본주의와 노동주의를 분석한다. 일할 권리가 아니라 일하지 않을 권리를 위하여.
빈민가에서 바라본 혼탁해지는 정치와 사회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자포자기가 횡행하는 영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급부상한 것은 반(反)이주민, 반EU 정책을 앞세운 극우 정당이다. 전통적으로 노동당 지지층이던 노동자 계급과 빈민층은 이주민과의 일자리 싸움에 지쳐 극우 정당으로 돌아선다. 저자는 이런 문제가 이주민이 영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며,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이주민과 영국인 노동자들 위에서 인건비를 줄이며 이익만 좇는 ‘상류층의 자본주의 정신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일갈한다. 상류층 대 빈민층이라는 계급적 구도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급 사이에서 신음하는 소위 '빈민층'이 왜 우경화되는지, 복잡하게 얽힌 사회 양상을 구석구석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