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가꾸는 정신과 의사가 밝히는 식물의 힘"
삭막한 마음 돌볼 길 몰라 헤매고 있다면 식물을 가꾸어 보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레 권유해본다. 초록이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확실한 도움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30년간 정원을 가꿔온 정신과 의사다. 그는 식물에게 삶을 바꾸는 치유력이 있다고 단언한다.
책은 식물을 가꾸는 일이 정신의학적, 심리학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가드닝을 '파괴 행위'와 연결하는 것이다. 잡초 뽑기, 가지치기 같은 파괴적인 행위엔 인간 본성을 치유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땀 흘리고 몸 움직이며 노동한 결과가 식물의 성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자기 존중감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식물 가꾸는 일의 긍정성에 대한 간증과 과학적 뒷받침으로 빼곡하다. 푸릇한 새싹 이미지와 흙냄새를 상상하며 읽다 보면 원예를 향한 찬양에 저항 없이 설득당한다.
삶은 매일 더 복잡해지고, 세상을 따라잡으려 꾸역꾸역 살다 보니 속은 자주 만신창이가 된다. 책에서도 말하듯 이 사회는 "돌봄을 폄하"하지만, 잘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과 서로를 돌보는 능력이라는 것을 우린 이미 알지 않나. "땅을 가꿀 때는 세상을 향한 돌봄의 태도도 가꾸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돌봄이 울창한 숲이 되면 세상은 조금 더 안전한 곳이 될 거라는 희망을 품어봐도 될까.
- 인문 MD 김경영 (202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