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편지"
억압의 날들이 있었고 해방의 순간이 있었다. 억압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그 속의 삶이었고 해방은 책이었다. 누구나 터질 듯이 꽉 찬 내면에 바늘구멍 같은 구원을 만나 겨우 다시 숨을 몰아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를 살린 숨구멍은 비슷한 괴로움을 안고 있는 다른 이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은유가 매번 숨구멍이 되어 주었던 책들의 목록을 편지의 형식으로 건넨다. 당신도 살리고 싶다는 "간곡한 마음으로."
편지 하나에 한 권 이상의 책.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다정하고 꼼꼼한 필체로 돌돌 풀려나온다. 은유의 글엔 늘 생활감이 잔뜩 묻어있다. 밥과 애, 사랑과 의무. 깔끔히 정돈된 집을 위해 보이지도 끝나지도 않는 노동을 해오며, 빚쟁이처럼 찾아오는 밥때를 챙기는 피로를 겪어내며 이 삶 밖의 자신을 갈구해온 사람의 글엔 무균실에서 거창한 고민을 하는 사람의 글에선 찾을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그 절박함이 해방으로 바뀌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들었다. 그의 해방이 다른 이의 해방에 가닿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인문 MD 김경영 (202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