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너머 저편을 추천하는 이유
다른 사람이 쓴 글이 등대처럼 나를 지켜줬다고 느낀 순간이 드물게 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가 그랬다.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내 안에서 차오르는 힘이 너무 좋아서, 나는 내가 쓴 두 번째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의 제목을 아예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에서 빌려왔다. 소설을 쓰면서 너무 지쳐버린 적도 있었고, 그래서 일어서지 못할 것만 같은 때도 있었고, 일어선다 하더라도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할 것만 같은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가 내게 손짓해주는 듯했다. 가끔은 내 발밑을, 가끔은 저 먼 곳을 비춰주는 빛 같은 시들이다.